[week& 레저] 나그네의 섬 우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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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도는 멀다.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는다. 민박집 이외에 편의 시설이 거의 없다. 하지만 섬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섬 사람들이 '산태'로 부르는 모래 언덕이다. 조류가 해변으로 밀어낸 모래를 바닷바람이 다시 언덕으로 밀어올려 생겨난 모래 언덕이다. 때문에 언덕은 매일 모양이 바뀐다. 요즘은 높이가 50여m에 이른다.

한때 80여m까지 쌓이기도 했지만 외지인들의 발길이 닿으면서 높이가 매년 낮아지고 있다. 여름이면 언덕 경사면에서 엉덩이 썰매를 타는 사람까지 있다. 참 경솔한 행동이다. 몇년 뒤면 모래언덕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돈목 마을과 모래 언덕의 사이에는 조용한 해수욕장이 있다. 돈목 해수욕장이다. 남쪽을 향해 있어 물결이 잔잔하고 수심도 완만하다.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모래 언덕 뒤에는 돈목해수욕장보다 더 조용한 해수욕장이 있다. 섬 사람들도 달리 부르는 이름이 없다. 성촌마을에서 가까우니 성촌 해수욕장으로 부르자.

이곳은 게들의 천국이다. 시선을 멀리 두고 보면 붉은 기운이 백사장을 덮고 있다. 마치 백사장에 붉은 꽃이 집단으로 피어 있는 듯하다. 어른 손가락 두 마디의 크기의 달랑게(일명 오맹이게) 떼다.

인기척이 나면 놈들은 도망간다. 구멍으로 숨는 놈, 물기 남은 웅덩이에 납작 엎드리는 놈, 바다로 뛰어드는 놈 제각각이다. 해수욕장에서 동쪽끝의 절벽 쪽으로 가면 수천마리의 게들이 숨을 곳을 찾지 못해 절벽을 기어오른다. TV 다큐멘터리에서 봄직한 모습이다. 별맛은 없으니 잡지는 말고 구경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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