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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치통아줌마·인어공주…안데르센 특유 입말체까지 살렸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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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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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집 1∼7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각 권 400쪽 내외
각 권 1만2000원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1805∼1875)이 남긴 200여 편의 동화 중 157편을 원형 그대로 번역한 책이다.

안데르센이 직접 편집에 참여한 단편 모음집 『동화와 이야기』에 실린 156편을 수록 순서 그대로 담아내고, 여기에 매일 밤 달님이 다락방에 사는 가난한 화가를 찾아와 자신이 본 풍경을 이야기해주는 형식의 연작 단편 ‘그림 없는 그림책’을 더했다.

또 책을 번역한 어린이책 기획실 ‘햇살과나무꾼’의 강무홍 주간이 157편 모든 작품의 숨은 일화와 출처·의의 등을 소개하는 해설을 붙였다.

독창적인 상상력,감수성으로 보잘 것 없는 사물에까지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온갖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안데르센의 문학 세계가 오롯이 드러난다.

평생 치통에 시달린 안데르센의 속내가 보이는 ‘치통 아줌마’와 찰스 디킨스의 글을 읽고 썼다는 ‘말똥구리’ 등 숨어있는 걸작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안데르센 특유의 입말체까지 살린 완역본의 가치는 뻔히 다 안다고 믿었던 이야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일례로 ‘인어공주’의 마지막 장면은 이렇다. 물거품이 돼 공중으로 증발해버린 인어공주에게 ‘공기의 딸’이 다가와 말한다. “꾸준히 좋은 일을 하면 300년 뒤에 영혼을 얻을 수 있다. …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다) 착한 아이를 발견하고 기뻐서 빙그레 웃으면 300년 중 1년이 줄어들고, 버릇없고 못된 아이를 보고 슬퍼서 눈물을 흘리면 하루씩 늘어난다.”

굳어버린 어른의 동심까지 일깨우는 동화다운 결말이다. 각색본·축약본에 익숙한 독자에겐 더욱 신선할 법하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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