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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마이너스 금리가 부른 세계 금융시장 불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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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외 증시가 연 이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코스닥 지수가 제약·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어제 6% 이상 급락했다. 코스닥 시장은 한때 8% 이상 떨어지며 4년6개월 만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 지수도 외국인과 개인의 동반 매도로 1.41% 하락했다. 홍콩 H지수가 7500 선까지 밀려나면서 이에 연계된 한국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액 4조원도 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

 사실 글로벌 증시 하락은 올 들어 계속된 현상이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미국 증시가 나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설 연휴를 전후해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그 중심엔 일본이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발표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엔화 약세와 제로 금리, 양적완화까지 동원해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아베 정권이 마지막으로 꺼내든 깜짝 카드다.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이자를 주는 대신 수수료를 물림으로써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돈의 물꼬를 소비로 돌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오히려 역효과만 나타나고 있다. 발표 뒤 이틀간 반짝 상승했던 닛케이225 지수는 이후 보름간 오히려 12.3% 급락해 1만5000 선을 내줬다. 엔화 가치는 예상과 반대로 급등했다. 성장률과 물가가 동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의 경기 부양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시장은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를 현재의 경기 상황이 그만큼 나쁘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 중인 유럽에서 독일 도이체방크 파산설까지 불거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최후의 카드가 자칫 최악의 카드가 될지 모를 상황이다.

 금리와 재정 정책을 두고 고심 중인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조심스럽게 정책을 가려서 써야 한다. 정책의 내용 못지않게 투자자들의 심리와 시장 분위기에 맞는 소통이 중요하다. 안 그러면 역효과와 부작용만 커진다. 시장을 진정시킬 정공법이 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