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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립대 10곳 총장 공석…교육부 길들이기 지나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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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는 19일 경북대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총장 이름으로 된 졸업장을 받지 못한다. 대신 총장 직무대리(부총장) 직인이 찍힌 졸업장을 들고 캠퍼스를 나서야 한다. 2014년 9월 이후 18개월째 총장이 공석이어서 생긴 일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국립대가 전국 41곳 중 10곳이나 된다. 경북대·공주대·한국방송통신대는 교육부가 총장 후보자를 특별한 설명 없이 퇴짜를 놓는 바람에 2년 가까이 파행을 겪고 있다. 세 대학 후보자는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사유를 밝히라며 행정소송 중이다. 강원대·경상대·부산대·전주교대·진주교대·충남대·한국해양대 등 7곳도 교육부가 임명을 보류하는 등의 여파로 직무대리 상태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교육부의 과도한 대학 길들이기 탓이 크다. 국립대 총장은 장·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대학이 후보자를 교육부에 추천하면 교육부가 대통령에게 임용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간은 직선이 대세였는데 공약 남발 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미끼로 간선 전환을 밀어붙였다. 직·간선을 모두 인정한 교육공무원법도 다음달까지 간선제로 개정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직선이든 간선이든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이 올라오면 퇴짜를 놓거나 제청을 미룬다. 부산대는 지난해 8월 간선 반대 교수의 투신을 계기로 직선으로 후보를 뽑았지만 여태껏 임명하지 않고 있다. 공주대는 간선 후보가 ‘총장임용 제청 거부 처분’ 행정소송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는데도 교육부가 대법원 판결을 받아보겠다며 버티고 있다.

총장 공석으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 수립은커녕 땜질식 운영으로 ‘식물 대학’ 신세가 되고 있다. 교육부는 언제까지 대학 길들이기를 즐길 셈인가. 후보자의 이념 성향이나 품위유지 규정 위배, 개인 비위 등 항간의 설(說)을 명확히 밝히고 신속히 파행 운영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립대 총장은 공인인 만큼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밝힐 수 없다는 교육부의 변명은 궁색하다. 행여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것이라면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대학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총장 공석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