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lunch] 한정식 전문점 '진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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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은 많은 고객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맺고 신뢰를 쌓아간다. 그들의 재산 관리뿐 아니라 사업, 심지어 가정 내의 대소사까지 함께하기도 한다. 자연히 식사자리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잦다.

서울 안국동 풍문여중과 백상기념관 샛길에 위치한 '진연(02-720-1650.사진)'은 특별히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고객이 있을 때 찾는 곳이다. 오래된 한옥의 전통미를 최대한 살려 새로 단장한 한정식 집이다. 마당을 돋우고 지붕을 얹어 공간을 넓혔다. 하늘이 보이는 창도 달았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대청마루에 올라서는 것 같은 편안함이 있어 더욱 좋다.

이 집의 상차림은 진미상(2만8천원).진찬상(3만8천원).진연상(6만5천원) 등 세 종류. 모두 서양 코스식으로 시작해 밥이 나올 땐 풍성한 한상 차림으로 변한다. 외국인 고객을 모실 땐 신선로가 들어간 진찬상을 주문하지만 평상시엔 진미상이 단골메뉴다.

진미상은 마냉채.콩죽.물김치로 전채요리를 내고, 칠절판.보쌈김치.탕평채.삼색전.9품 야채무침.오색대하찜.새송이장아찌로 코스가 이어진다. 음식 하나하나에서 신선한 재료와 담백하고 정갈한 맛내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개성식 보쌈김치는 '한여름에 마시는 사이다의 청량감'이 담겨있다. 아삭아삭 씹히는 순간 상큼하게 입안에 퍼지는 느낌은 날아갈 듯 상쾌해 식욕을 단번에 돋워 준다. 보쌈에 들어간 밤.은행.대추 등 다양한 재료들도 계속 젓가락을 유혹한다.

방짜 주발에 담긴 밥이 오르면 조기구이와 된장찌개, 그리고 밑반찬 일곱가지가 곁들여져 푸짐한 식탁으로 탈바꿈한다. 된장찌개는 손수 담근 집된장으로 끓여 구수한 맛에 감칠 맛이 숨어있다. 배가 두둑해지면 입맛을 말끔하게 해주면서 소화도 돕는 오미자차와 과일이 나온다. 점심시간에는 1만1천원짜리 특선메뉴가 있는데 실속을 따지면 이 집에서 가장 알찬 메뉴다.

전순주 우리은행 삼선교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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