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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최성수 부인 '10년의 악연'… 탈세 혐의 고발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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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인순이(59·본명 김인순). 사진 김태성 기자.

가수 인순이(59·본명 김인순)를 동료가수 최성수(56)씨의 부인 박영미(54)씨가 지난 5일 검찰에 탈세 혐의로 고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순이와 박씨의 과거 질긴 악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순이와 박씨는 수십억원 대의 투자금 변제 문제를 놓고 수년간 소송전을 벌였다. 이번 일도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박씨의 ‘보복성 고발’로 보는 시각이 있다.

사건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축 시행사 대표였던 박씨는 한 의상디자이너의 소개로 인순이를 알게 돼 가깝게 지냈다. 사적인 고민 등을 나누는 언니-동생 사이로 발전하면서 금전 거래도 자주 했다고 한다.

인순이가 박씨에게 수십억원을 투자하면서 양측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박씨는 서울 청담동 고급빌라 ‘마크힐스’ 신축 사업자금 등에 쓸 명목으로 2006~2007년 인순이에게 4차례에 걸쳐 23억원을 빌렸다. 박씨는 그 이전에 서울 흑석동 마크힐스 건축사업을 성공적으로 주도해 사업에 자신이 있었다. 2009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흑석동 마크힐스는 장동건·고소영 부부, 김연아 등 유명인들이 사는 고급빌라 단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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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마크힐스 [사진 하이라이프 홈페이지]

하지만 청담동 마크힐스는 예상보다 분양 실적이 좋지 않았고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졌다. 2009년 박씨는 인순이에게 앤디워홀의 그림 ‘재키(Jackie)’와 ‘플라워(Flower)’을 주는 것으로 투자금 정산을 마치기로 합의한다. ‘재키’는 31억원대, ‘플라워’는 2억원대의 낙찰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인순이가 받기로 한 그림들이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발생했다. 인순이는 2011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박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초반은 박씨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2012년 5월 검찰은 박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그림으로 돈을 대신 갚는 ‘대물변제’ 합의가 양측 간에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인순이는 항고했고 검찰은 재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박씨가 ‘재키’를 담보로 인순이 몰래 18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잡고 같은 해 11월 박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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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워홀의 ‘재키’

박씨 측은 대형로펌을 선임했고 재판은 1년 넘게 이어졌다. 2014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박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박씨)이 변제 능력이 없으면서도 신뢰를 이용해 23억원의 돈을 받아 챙기고 대물변제로 준 그림도 동의 없이 담보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항소했지만 지난달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을 받았다. 박씨가 상고하면서 대법원의 판단만 남은 상태다. 박씨 측은 “(돈을 빌릴 당시) 변제 능력이 충분했고 인순이가 ‘재키’의 담보 제공에도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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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사진 김상선 기자.

이번 고발은 인순이와 박씨의 소송과 별개의 사안이다. 박씨는 검찰 고발과 함께 서울지방국세청에도 인순이의 탈세 혐의 관련 증빙자료를 냈다. 그는 “인순이가 2005년부터 2년여간 약 40억원의 현금 소득을 차명 계좌로 받는 등의 수법으로 세금을 누락했고, 이자소득 26억원도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며 “2008년 인순이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을 때 누락된 금액들”이라고 했다. 당시 인순이는 소득액을 줄여 신고한 것이 국세청에 적발돼 수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인순이 측은 “박 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확인 절차를 확실히 거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박씨는 잦은 금전 거래로 인순이의 수입내역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입장이다. 만약 탈세 제보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박씨는 국세청으로부터 신고 포상금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국세청은 5000만원 이상의 추징세액에 대해 최대 15%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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