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개성공단 폐쇄 안타깝지만 북한의 자업자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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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어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까지 던진 셈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 한 우리가 도로 개성공단 재가동을 요구하긴 어렵다고 볼 때 남북 경협의 상징이자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은 가동 12년 만에 거대한 폐허로 변할 운명을 맞았다.

북 잇단 도발에 마지막 카드 던져
정부의 논리와 고심 이해하지만
유효적절한 조치인지는 의문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개성공단 가동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국제사회가 북한을 변화시켜 주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인 우리가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강력한 대북제재를 압박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개인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추진하는 마당에 우리 요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스스로 ‘뼈를 깎는’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논리와 고충은 이해하지만 실효성과 적절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는 연간 약 1억 달러의 현금이 사라진다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북한이라면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얼마간 타격은 있겠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혹독한’ 제재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개성공단 폐쇄에 ‘감동’받아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할지도 의문이다. 반면 124개 입주 기업들로서는 심각한 손실과 타격이 불가피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도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카드까지 꺼내진 않았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로켓 실험을 하자 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다. 과연 비례적 대응에 맞는지 의문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됨으로써 남북 간에 남은 마지막 끈마저 사라졌다. 남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신뢰를 구축한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이제 마침표를 찍었다고 봐야 한다. 개성공단을 통해 한줄기 변화의 바람을 북한에 불어넣는다는 발상도 설 자리를 잃게 됐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일방적 근로자 철수 조치로 2013년 약 5개월간 가동을 중단한 것을 빼고는 남북 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해 왔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조치’에서도 개성공단만큼은 예외였다. 연평도 포격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문을 닫지 않았다. 장기적 관점에서 개성공단만큼은 살려두는 것이 한반도의 장래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무모한 도발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으니 결국 북한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남북이 함께 만든 소중한 성과를 스스로 허물어버린 남북한을 역사는 뭐라고 평가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