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전문가 반응 "중국, 오히려 북한과 교류 강화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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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설명하면서 “뼈를 깎는 노력”이라는 표현을 썼다. 결정이 쉽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개성공단은 현재 남북교역액의 99%(한국무역협회 집계)를 차지한다. 남북관계의 마지막 숨통인 셈이다. 정부와 입주기업들에 따르면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이 1년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북한 근로자들의 인건비인 1억달러(약 1200억원)가 전부다. 인건비를 제외한 자재 등을 애부분 한국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는 5만4000여명으로 근로자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북한 주민 20여만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개성공단 중단으로 식수 공급이 중단되면 개성 시민 전체가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만 하더라도 정부 내에선 개성공단 중단 목소리가 작았다. 그러나 지난 7일 북한이 미사일 카드를 쓰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지난달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언급했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일 “(개성공단에 대한) 지원과 우리 정부의 노력은 결국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된 결과가 됐다”는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홍 장관은 “전면 중단”이라고 했지만 폐쇄와 다름없다는 얘기도 통일부 내에서 나온다. 재가동 조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며 “북한이 핵ㆍ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리와 국제사회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한 보검’이라고 선전해온 핵ㆍ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개성공단 중단으로 북한이 핵개발 의지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외자유치 등 경협 부분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번에 대북 제재카드로 개성공단 중단을 결정한 건 실효성보다 대북 제재의 진정성을 국내외에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강대 김영수(정치외교학)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남북관계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라며 “실효성에 대한 비난이나 기업이 당할 불이익 등에 대한 비판도 정부가 끌어안고 가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이 움직일지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 교수는 “개성공단을 폐쇄해도 중국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중국이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10년 이상 키워온 레버리지(지렛대)인 개성공단을 버리는 건 아까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 중인 한국전력공사는 이날 "정부 방침에 따라 최소 전력만 남길지, 전부 끊을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에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도 정부 지침에 따라 공급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전수진ㆍ세종=김민상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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