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미사일 도발에도, 시진핑 안 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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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추가 도발에도 중국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 대화·협상이 우선이라며 대북제재 수위를 높이는 데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중국, 북 미사일엔 “유감” 남 사드엔 “깊은 우려”
사드에 더 민감…미국의 한반도 전력 증가 경계
시, 박 대통령과 통화선 “핵·혼란 안 돼” 2개 불능론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사일 발사 직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류제이(劉結一) 주유엔 중국대사는 “제재는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 있는 것에만 한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중국 관영 언론과 관변 학자들이 최근 강조하는 건 ‘2개의 불능(不能)론’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반도에 핵이 있어선 안 되며(不能有核), 전쟁도 혼란도 일어나선 안 된다(不能生戰生亂)’고 강조했다. 량팡(梁芳) 중국국방대학 교수는 “혼란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건 북한뿐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 달 만에 정상 간의 통화가 이뤄지자 국내에서 “드디어 시 주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 것과는 사뭇 다른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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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했다(왼쪽 사진). 이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관계자들과 함께 발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9일 국방부는 “광명성 4호가 위성 궤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사진 노동신문]

관영 신화통신은 7일 미사일 발사 직후 ‘한반도 혼란 발생은 백해무익’이란 제목의 기명 논평에서 시 주석의 ‘2개 불능론’을 인용한 뒤 “핵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이성적으로 정치적 해결을 도출해내길 바란다”고 맺었다.

같은 날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한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의 논평에선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힌 뒤 “관련국들은 냉정하게 대응하고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저녁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인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에게는 항의와 함께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의 사드 논의 발표에 대한 논평에선 ‘깊은 우려(深表關切)’를 표시하면서 “(사드 배치는) 한반도 상황을 자극해 긴장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김장수 주중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며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유감’과 ‘원칙적 입장’을, 사드 도입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중국이 미사일 발사보다 사드 배치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8일자 신화통신 논평에선 북한의 도발을 빌미로 관련국이 ‘어부지리’를 취하려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 미사일을 계기로 자국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는 한·중 관계를 역대 최상이라 자평해왔지만 북한 체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 중국이 한국 편에 서기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차이젠(蔡建) 푸단대 교수는 “중국은 자국 안보이익이 침해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사드 배치 등 한반도 주변의 미군 전력 증강을 경계한다”고 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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