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우승한 쇼팽콩쿠르, 5000만명이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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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국을 찾은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쇼팽협회 감독은 조성진의 연주에 대해 “기교적·음악적으로 완벽했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조성진의 컨트롤은 예술적이었습니다. 1라운드에서 이지적이었죠. 2라운드의 소나타 2번은 기교적·음악적으로 완벽했습니다. 3라운드의 ‘24개 프렐류드’는 전곡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했고, 연마된 표현으로 다양한 세부 터치를 보여줬어요.”

한국 온 쇼팽협회 슈클레네르 감독
“대중음악처럼 클래식 받아들여
한국 젊은 청중들 열기 희망적”

쇼팽 피아노 콩쿠르를 개최하는 쇼팽협회의 아르투르 슈클레네르(44) 감독이 조성진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달변의 그는 조성진의 연주 평부터 내놨다.

지난 2일 쇼팽 콩쿠르 갈라 콘서트에서 한국의 젊은 청중들이 보여준 뜨거운 열기에 대해서는 “클래식 음악을 대중음악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 희망적”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몸담은 쇼팽협회가 하는 일은 세 가지다. 첫째, 쇼팽의 유산 보존이다. 생가와 친필 악보, 박물관을 관리한다. 둘째는 쇼팽 콩쿠르와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인 ‘쇼팽과 그의 유럽’ 운영과 음반 녹음, 세째는 학술활동과 출판이다.

폴란드 크라쿠프 출신의 슈클레네르는 쇼팽 음악의 위대함과 대중성에 대해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벨 칸토 스타일 등 고전음악의 유산을 고스란히 흡수했고 여기에 폴란드적인 요소와 이국적인 취향까지 끌어안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쇼팽 음악은 오페라에 가까워요. 자연스러운 흐름이 피아노 음악의 형태를 하고 있죠. 쇼팽의 고수들은 오페라 가수 같은 연주를 들려줍니다. 곡이 끝나야만 그 구조를 볼 수 있는 쇼팽의 작품은 사람마다 연주마다 뚜렷하게 다릅니다.”

2012년 부임 직후 슈클레네르는 모바일 앱을 만들어 쇼팽 콩쿠르를 알렸다. 대중화와 홍보에 힘쓴 결과 전 세계 5000만 명이 대회를 지켜봤고, 폴란드 인구의 약 30%가 SNS에서 쇼팽 콩쿠르를 팔로우했다.

그는 지난해 제17회 쇼팽 콩쿠르의 의의를 “세계화와 서로 다른 길들의 발견”이라 말했다. 인터넷 생중계로 어디서든 볼 수 있었고, 입상자들은 쇼팽을 이해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기교적이며 지적인 조성진, 보수적인 샤를 리샤르 아믈랭, 명상적인 케이트 리우의 연주처럼 쇼팽 연주의 폭은 점점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쇼팽협회 레이블에서는 쇼팽 콩쿠르 입상자 실황을 두 장의 시디로 발매한다. 아믈랭과 리우의 음반은 이미 나왔다. 조성진의 경우 첫째장은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발매됐고 이번에 두번째 장이 쇼팽협회 레이블로 나온다. 수상자 갈라 콘서트에서 연주한 ‘피아노 협주곡 1번’ 등이 담겼다.

8월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과 그의 유럽’ 페스티벌에는 조성진을 비롯한 쇼팽 콩쿠르 입상자들과 에우로파 갈란테, 콜레기움1704 등 연주단체가 참여한다. 올해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트랜스크립션, 환상곡, 변주곡 등이 연주된다.

슈클레네르는 조성진에게도 시대악기 피아노 연주(작곡될 당시의 악기로 연주)를 권해보겠다고 했다.

글=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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