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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발사에 미·일은 "강력 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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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7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가 즉각 성명을 내고 비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한국시간 8일 새벽 1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한다. 이번 안보리 소집은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유엔 안보리, 7일 긴급회의 소집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는 6일(현지시간)“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떠한 발사행위를 하는 것도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도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안보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규탄하는 한편 북한에 대한 제재수위를 한층 높이는 ‘가중 제재’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는 긴급 회의 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성토하는 의장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대표부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달 4차 핵실험에 이어 또 다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만큼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제재 강화에 반대할 명분이 크게 약화됐다”고 말했다.

안보리는 현재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안 초안을 만들고 있다. 한국과 미국 등은 북한에 대한 실질적 압박이 되도록 제재 수위를 대폭 높이자는 의견인 반면 중국은 이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깊이 개탄스럽다”며 “북한은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국제사회 단합된 결의 보여줄 때”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는)탄도미사일 기술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며 미국은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북한은 (4차 핵실험을 한지) 불과 한 달 만에 두 번째로 대규모 도발을 감행했다"며 "이것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지역과 미국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리 장관은 "우리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우리 동맹에 대한 철통같은 안보공약을 재확인한다"며 "우리는 유엔 안보리의 회원 및 우방들과 함께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한 주요한 조치들을 취하는데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제는 강경하고 단합된 방식으로 행동할 때"라며 "북한이 추구하는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다뤄나가는 국제사회의 결의를 분명히 보여주는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의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별도로 케리 국무장관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미국이 어느 때보다 강경하게 대처할 방침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백악관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도발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아베 "결코 용인 못해" NSC소집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아베 총리는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으로 국제사회와 연대해 의연하게 대응하겠다” 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역에 낙하하지는 않았다”며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고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북한 미사일이 5개로 분리됐으며 낙하물은 모두 4개로 파악했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오전 9시31분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기지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9시37분부터 45분까지 서해와 동중국해, 태평양 해상에 낙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일본 정부는 밝혔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번 발사로 항공기 피해 정보는 없다고 밝혔고, 해상보안청도 “북한 미사일로 비행 구역 주변을 항행하던 선박에서 피해 정보는 들어오지 않았다”고 공표했다.

◇중국도 "대화와 협상 중요"···국경 지역 단둥은 평온
중국 정부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 로켓 발사와 관련 “중국은 조선이 국제사회 보편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탄도미사일 기술로써 발사를 강행한데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발표문을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조선의 위성발사 발표에 주의한다. 각국의 반응에도 주의한다”며 “중국은 조선이 본래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권리가 있다고 인식하지만, 이 권리는 현재 유엔 안보리 결의로 제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각 관련국들이 냉정하게 대응하고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희망하며, 조선반도 긴장을 더 높일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아야 한다”며 공동으로 이 지역 평화안정을 지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일관되게 오직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조선반도의 평화안정을 실현하고 과 장기적 안정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낼수 있다고 인식한다”고 거듭 밝혔다.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반도 혼란 발생은 백해무익'이란 제목의 기명 기사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로켓을 발사해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이어 "한반도를 둘러싸고 마찰과 충돌 위험성이 급작스레 상승하고 있으며 심지어 혼란으로 인한 전쟁발발 위험도 예상 가능하다"며 "가장 긴급한 임무는 각 관련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냉정을 회복하고 사태가 더욱 악화되거나 통제불가능한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방지하는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관련국이 함께 한반도 핵 문제를 다시 대화의 궤도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며 "핵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이성적으로 정치적 해결을 도출해내길 바란다"고 맺었다. 이런 논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표명한 입장과 비슷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이 핵실험 한 달 만에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자는 국제사회의 요구에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에서 40㎞ 거리인 북·중 국경도시 단둥(丹東)은 특별한 동향 없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현지의 대북 소식통이 밝혔다. 이 소식통은 "북·중간 무역 물자를 실은 차량 통행이 6일부터 중단되긴 했으나 이는 로켓 발사와는 무관하다"며 "춘절 연휴로 인해 단둥 세관이 6일부터 닷새 가량 업무를 중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관 휴무 직전인 5일에는 평소보다 많은 량의 차량이 북한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고 덧붙였다. 단둥 주변 지역의 날씨는 발사 시각 전후 쾌청한 상태여서 북한이 당초 예고한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 발사를 감행한 원인이 날씨와 관련 있다는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장롄구이(張璉?)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핵보유 방침을 강화한 것으로 로켓 발사는 전체 핵 계획의 일부"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날 환구망에 "북한의 핵 노선은 무척 강경해 어떤 외부의 조건이나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논의 중인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도 북한의 핵방침을 막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북한의 관측 장비는 한계가 있어 1000㎞ 밖의 상황은 탐지가 안되기 때문에 로켓 발사에 성공해 위성이 궤도에 진입했다고 발표하겠지만 성공여부는 미국과 러시아 등의 발표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같은 시간 위성로켓 발사
러시아도 7일 위성발사를 명분으로 내건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익명의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 “북한은 로켓 발사를 자제하라는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호소를 완전히 무시했다. 깊은 우려뿐이다. 솔직히 말해 실망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핵실험에 뒤이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한반도 지역의 추가적 긴장 고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북한의 로켓 발사 시간에 맞춰 로켓을 발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7일 오전 북부 도시 아르한겔스크에 있는 우주기지에서 중급 미사일인 ‘소유즈-2.1b’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소유즈 로켓에는 러시아의 위성항법시스템 ‘글로나스-M’이 실렸다.

소유즈 로켓이 발사된 시각은 이날 오전 3시31분(현지시간)으로 한국 기준으로는 오전 9시31분이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시각인 오전 9시30분과 거의 일치한다.

러시아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모든 로켓 발사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몇 시간 안에 지정된 궤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뉴욕·워싱턴·베이징=오영환·이상렬·김현기·신경진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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