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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나랏빚 600조원 넘었는데 재정운영 잘한다는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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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해 세금이 예상보다 잘 걷혀 4년 만에 ‘세수 펑크’에서 벗어났다고 정부가 어제 밝혔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전망치보다 2조2000억원 많은 217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활황으로 양도소득세가 전년보다 3조8000억원 늘고 감면과 공제 축소로 법인세도 2조4000억원 증가했다. 근로소득세와 담배세도 각각 1조7000억원 늘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장기간 가뭄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재정의 조기집행, 비과세·감면 정비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한 결과 국세수입이 증가해 4년 만에 세수를 초과 달성했다”고 말했다.

자화자찬이 지나치다. 먼저 세수를 초과 달성했다는 표현부터 민망하다. 정부가 지난해 처음 잡았던 국세 수입은 221조1000억원이었다. 장밋빛 전망에 기대 너무 낙관적으로 잡았다는 얘기가 나오자 7월에 편성한 ‘메르스 추가경정예산’에서 215조7000억원으로 낮췄다. 추경이 아닌 당초 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초과 달성이 아니라 미달이다. 그런데도 경제 예측이나 정책 운용에서의 허점에 대한 반성은 없고 자랑뿐이다. 더구나 추경 편성 때 세수 목표를 낮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국회였다.

한 해 반짝 개선됐다고 나라살림이 크게 나아질 것도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어제 저녁쯤 나랏빚이 600조원을 돌파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초당 158만원씩 늘고 있다. 국가채무는 지난 1년 반 동안 100조원이나 늘었고 올 연말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경기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올해 성장률뿐만 아니라 잠재성장률 자체가 2%대로 떨어졌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기업과 가계 모두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부동산 경기마저 꺾일 조짐을 보인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경제 수장의 자기 자랑이 아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실천을 정책으로 내보여야 한다. 그게 경제 사령탑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