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복 입고 좋아하는 아이들, 그게 나의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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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경북한의원 원장이 4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사회복지시설 필그림 복지원에서 어르신들에게 침을 놓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9년 동안 저소득층 학생 1281명에게 교복을 장만해준 한의사가 있다. 교복 마련에 쓴 돈은 2억8000만원에 이른다. 이 한의사는 5년 내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대전서 한의원 이승호 원장 나눔활동
9년간 1281명 교복값 2억8000만원
“복지재단 만들어 더 많이 돕고 싶어”

대전시 대덕구 경북한의원 이승호(54) 원장 얘기다. 이 원장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중학교에 진학하는 100여 명의 학생에게 교복비를 전달했다. 올해는 지난달 28일 대덕구청을 통해 250명의 교복비 2795만원을 기탁했다. 교복비 지급 대상은 대덕구가 선발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사회복지시설 어린이가 대상이다.

이 원장은 인원을 제한하지 않는다. 구청이 조사한 중학교 진학 대상 학생 전원에게 교복비를 준다. 사실상 대덕구 지역의 모든 저소득층 학생이 이 원장의 도움으로 교복을 입고 있는 셈이다.

그가 교복비 기부에 나선 것은 대덕구청의 요청 때문이었다. 이 원장이 봉사와 기부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을 본 구청 측이 어려운 학생에 교복 기부를 제안했다. 당시 구청은 중고 교복을 수선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이 원장은 “구청 측의 제안이 너무 반가웠다”며 “남을 돕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매년 흔쾌히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기부와 봉사를 하게 된 것은 한의사였던 선친(2013년 작고)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그는 “선친께서 어려운 사람 집 대문 앞에 몰래 쌀을 갖다 놓고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이 때부터 남을 도우며 살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기부는 1993년 한의원을 개원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경로당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난로·선풍기 등을 기증했다. 2007년부터는 해마다 설과 추석 명절에 2000만원어치 선물세트를 기탁했다.

그는 5년 전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이후 해마다 2000만원씩 1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1년에 6~7회 복지시설을 찾아 무료진료를 하고 그 때마다 400만원어치 보약도 전달한다. 이 원장은 “수입의 절반 가까이는 기부에 쓰는 것 같다”며 “복지재단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을 돕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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