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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겠다는 기간 5일 → 18일…“김정은, 국제사회와 게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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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의 도발 패턴이 과거와 다르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의 순서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미사일 발사 전 국제기구에 통보하는 기간도 달라졌다.”

도발 패턴 달라진 북한
로켓버튼 누를 수 있는 기간 늘려
외부 반응 보며 선택하겠단 속셈
북, 서해상 대규모 사격훈련 움직임
군 “김정일 생일인 16일 전후 쏠 듯”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3일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한 데 대해 “이번에 북한은 8~25일(18일간) 중 아무 때나 발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발사 가능 기간이 과거보다 훨씬 길어진 것이라서 무슨 속셈인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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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며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이 중 발사 후 위성이라고 주장한 1998년 대포동 1호를 쏘아 올렸을 때를 빼곤 모두 국제기구에 사전 통보를 하는 ‘구색’을 갖췄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지명된 2009년 이후 양상을 보면 사전예고 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발사 가능 기간은 길어졌다. 북한은 2009년 3월 12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IMO에 “4월 4~8일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 발사 23일 전에 통보했고, 닷새 중 하루를 골라 발사하겠다고 했다.

곧이어 4월 5일 광명성 2호를 실은 은하 2호를 발사했다. 2012년 3월 16일엔 ITU·IMO에 “4월 12~16일, 오전 7시~낮 12시 광명성 3호를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발사는 4월 13일에 이뤄졌다.

같은 해 12월 1일엔 주요 국가에 항공고시보(Notice to Airmen)를 통해 “10~22일 발사하겠다”고 한 뒤 12월 12일에 발사했다. 이번엔 2일에 통보하면서 “8~25일 쏘겠다”고 했다.

사전예고 기간은 최소 27일 전→9일 전→6일 전으로 짧아졌고, 발사 가능 기간은 5일→13일→18일로 늘어났다. ‘폭탄 선언’을 하면서도 실제 발사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기간은 길게 잡았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 북한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게임을 하고 있다”며 “길어진 발사 가능 기간 동안 국제사회와 이른바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북한은 이미 4차 핵실험을 통해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고 핵 개발을 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했다”며 “이제는 18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미사일 발사 유예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군 “발사대 이동 전, 로켓 조립 마친 단계”=정보 당국의 한 소식통은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 상황과 관련해 “북한 동창리 발사장 인근 대형 건물에서 이미 로켓 조립을 끝내고 발사대로 이동하기 전 단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 말했다.

군 당국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 전후를 발사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발사 뒤 연료를 소진한 로켓의 추진체 낙하 지점은 서해 공해상(1단계 추진체), 제주도 남서 해역(보호덮개), 필리핀 루손섬 앞 태평양 방향(2단계 동체)의 궤적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북한은 해상사격 훈련 준비를 하는 등 서북도서 지역에서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군 당국이 감시를 강화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서북도서 인근에서 북방한계선(NLL) 인근으로 대규모 해상 사격훈련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배경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유지혜·현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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