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기중의 썰로 푸는 사진] 눈 내린 풍경, 에로틱한 겨울 추상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올 겨울은 날씨 마져 동서로 나뉘어졌습니다. 해마다 하얀 설국을 연출했던 영동지방은 눈 구경 하기가 어렵습니다. 겨우네 난데없는 건조주의보가 계속됐습니다. 가뭄으로 시름이 깊습니다. 29일 사실상 동해안 지방에 올 겨울 첫눈이 왔지만 여전히 목이 마릅니다.

반면에 서해를 끼고 있는 충남과 호남, 제주에는 폭설이 내려 한바탕 북새통을 치렀습니다. 눈은 '겨울에 내리는 비'입니다.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내려야 봄에 가뭄 걱정이 없습니다.

기사 이미지

나는 눈 내린 겨울풍경을 사랑합니다. 눈은 포근한 이불처럼 느껴집니다. 아무리 모난 물체라도 눈이 쌓이면 부드러운 곡선이 됩니다. 직선이 곡선으로 바뀌고, 고유의 형태와 색이 사라지는 반전의 미학이 있습니다.

기사 이미지

눈 덮인 계곡에서 자연이 그린 추상화를 봅니다. 순백의 청정함과 부드러운 곡선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몸이 연상됩니다. 에로틱한 겨울 추상입니다. 봄이 되면 눈이 녹아 흘러 강이 되고, 생명을 싹 틔우겠지요. 겨울이 가기 전에 강원도에 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주기중 기자·click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