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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한국 온라인게임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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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초고속통신망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제품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2년여 만에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선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46)소프트뱅크 사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이날 하루 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정통부 장관.문화부 차관을 면담하고 강연회에도 참석했다.

'닷컴붕괴'로 한때 낙심했던 그에게 다시 자신감을 찾아 준 것은 일본 내 초고속통신망 사업의 고속성장과 그곳에 실을 콘텐츠인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었다. 그는 이날 인터뷰 내내 온라인 게임의 우수성과 가능성을 설파했다.

"현재 일본 내 30개 메이저 온라인 게임 중 20개가 한국에서 개발된 것이고 그 중 1, 2위를 한국제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손사장은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 게임 페스티벌을 열고 한글로 된 온라인 게임이 번역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스스로 한국어 사전을 찾아가며 게임을 익힐 정도라고 전했다.

일본 게임시장은 90% 이상이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게임이다. 손사장은 초고속통신망의 보급이 이를 바꿔놓을 것이고, 그 과정에 한국 온라인 게임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엔씨소프트와 합작해 리니지게임을 서비스하고 있고, 손사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겅호'는 그라비티사의 '라그나로크'를 배급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초고속통신망 가입자는 1천1백만가구다. 보급률로는 22% 정도다. 최근엔 한달에 1백만가구가 신규가입하는 등 고속성장세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초고속통신망 시장에서 NTT에 이어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으며 게임시장에서도 두 회사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손사장은 "NTT는 네트워크 구축에는 능하지만 콘텐츠 공급에는 약하다. 하지만 우리는 소프트웨어 보급으로 시작한 회사"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소프트뱅크는 거액의 적자를 감수하는 것은 물론 자회사인 야후재팬의 지분을 일부 팔아가면서까지 초고속통신망에 투자하고 있다. 손사장은 "인터넷 도입 초창기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한차례의 몰락이 있었지만 새롭게 초고속통신망의 시대가 열렸고 우리는 또다시 위험을 감수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보통신(IT)기업에 대한 투자도 최근 부쩍 늘렸다. 올 상반기에만 벨웨이브 등에 1백70억원을 투자했고 앞으로 2~3년간 2천억~3천억원을 더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손사장은 "정보통신 설비의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한단계 높은 서비스가 등장하면 IT붐은 반드시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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