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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산별노조, 파업 실패로 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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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독일 최대 규모인 금속노조의 파업 실패로 독일식 노사관계 모델이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노조가 무력해지고 특히 독일 노조의 상징이었던 산별 노조의 힘이 약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일 "독일 최대 규모인 금속노조(IG Metall)의 패배는 기존 노사관계의 변화를 알리는 전주곡"이라며 독일 금속노조가 지난 한달 동안 파업을 벌였다가 실패한 사건(?)이 독일 노사관계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이번 파업 실패를 계기로 노동자 대표가 기업 경영에 참여해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독일식 자본주의 모델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조를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노조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슈뢰더 총리는 지난달 말 베를린의 한 연설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한 파업의 실패는 노사관계에 있어서 더 많은 유연성을 요구하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선언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노조의 이익만 추구하는 노동운동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3월에도 "노조가 유연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법을 바꿔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콘스탄츠대 노동관계 전문가 베른트 켈러는 "금속노조는 많은 기업의 노사관계에 방향타 역할을 맡고 있다"며 "이번 파업에서 일어난 일은 앞으로의 단체협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당장 금속노조의 파업 철회로 개별기업과 노동자들이 일일이 재협상을 해야 하는 도미노 효과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이같은 분석에 대해 당연히 반기를 든다. 금속노조는 "그런 변화는 자유로운 단체협약에 종식을 고하는 것으로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체협약을 방해하는 어떤 법적인 변화도 격렬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의 무력화와 산별 단체협약이 약화되는 모습은 이미 목격되고 있다. 지난달 초 서비스산업 노조가 상점 토요영업시간 연장을 위한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또 서독 지역의 경우 10여년 전부터 건축.정보통신(IT) 등 분야에서는 산별 단체협약이 붕괴되고 있다. 전체 노조원의 84%를 차지하는 독일 노조연합은 1991년 이후 노조원 3분의1이 줄어들어 현재 7백70만명에 그치고 있다.

본대학의 게르트 랑구트(정치학)교수는 "노동조합 같은 큰 조직이 아직 제도적인 힘을 유지하곤 있으나 점점 더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파업 실패를 계기로 고용주 측에서는 환호성을 올리고 있다. 독일 경영진들은 이제 독일식 노조 모델을 완전히 해체해야 할 때라고까지 주장한다. FT는 80년대 서독에서 성공적으로 얻어냈던 주 35시간 근무가 오늘날 동독지역에서 실패로 끝났다는 것은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준호 기자

<사진설명>
독일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의 노동자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아침 니더작센주의 볼프스부르크 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금속노조의 파업으로 공장 문을 닫았다가 이날 생산을 재개했다. [볼프스부르크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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