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너스 금리 속내는…통화전쟁>경기부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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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 마이너스 금리정책(마이너스 정책)은 저축에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세금을 물리는 정책이나 다름없다. 고대엔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요셉이 이집트에서 활용했고, 근대엔 독일 무정부주의자인 실비오 게젤(1862~1930년)이 주장한 정책을 일본마저 채택했다.

유럽 사례 보면 성장 효과 불투명
최근 엔화 강세 불끄기 성격 강해

BOJ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과 덴마크·스웨덴·스위스 등이 마이너스 정책을 쓰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유로존과 스웨덴 등의 경제 성장률은 눈에 띄게 좋은 편은 아니다”며 “마이너스 금리의 경기 부양 효과가 크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스웨덴은 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0% 수준이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조금씩 성장률 높아져 지난해 3분기엔 0.8%에 이르렀다. 성장률이 조금이나마 높아졌다고 말할 순 있다.

하지만 유로존과 스위스, 덴마크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다시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유로존 성장률은 0.3%였다. 스위스는 0%였고, 덴마크는 -0.4%였다.

반면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금리가 외환시장에서 통화가치를 눈에 뜨게 끌어내리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ECB가 마이너스 정책을 시작한 2014년 6월 이후 달러와 견준 유로화 가격은 9% 가까이 떨어졌다. 스위스 프랑 등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전문가들이 BOJ의 마이너스 정책이 경기부양보다 통화전쟁(환율조작) 성격이 짙다고 보는 이유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처지에선 엔화 값이라도 서둘러 떨어뜨려야 한다. 글로벌 시장이 국제원유 가격과 중국 경제 둔화로 요동하는 바람에 엔화 값이 최근 강세를 보였다.

원유 등 수입 물가가 떨어지는 와중에 엔화 값마저도 오른다면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연간 물가상승 목표인 2% 달성 시점을 연거푸 연기했다.

독일계 금융그룹인 도이체방크는 “엔화 값이 마이너스 정책으로 달러와 견줘 125엔 정도까지는 곧 하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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