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잿빛 도미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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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 18일 홍콩증시의 항셍 지수가 247.84포인트 떨어진 13390.91을 기록한 가운데 한 행인이 증권사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이날 모두 떨어졌다.[AP=연합]

▶ 일본 도쿄증시가 미국 경기 후퇴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18일 4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자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이 붉게 물들어 있다.[블룸버그]

미국의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18일 종합주가지수가 22.22포인트(2.34%) 내린 925로 마감, 지난 2월 3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코스닥지수도 이날 하루에만 19.35포인트(4.30%)나 떨어진 429.73으로 마감했다. 약세는 다른 나라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대만.홍콩 증시가 연중 최저치까지 밀리는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모두 떨어졌다. 18일 오후 문을 연 유럽 주요국 증시도 개장 직후 2~3%씩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 폭락=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225 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32.25(3.8%) 떨어진 10938.44를 기록, 지난해 12월 1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쿄증시 1부 1648개 종목 중 1622개(98%)가 하락, 사상 최대였다.

미국 경기 후퇴에 대한 불안감에다 중국의 반일 시위 확산으로 양대 수출시장인 미국.중국에 모두 악재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만 증시의 가권지수도 지난 주말보다 2.94%(173.21P) 내린 5715.16으로 마감,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밖에 홍콩(-1.82%), 상하이(-1.58%), 싱가포르(-1.45%) 등도 하락했다.

◆불안한 미국 경기=전 세계 증시의 동반 폭락은 지난주 미국에서 시작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와 1분기 실적 부진 충격이 겹쳐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제조업 지수.소매판매 등 경기 주요 지표가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자 그동안 잘 나갔던 미국 경제가 경기 상승 중에 일시적인 후퇴를 뜻하는 '소프트 패치'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주중에 발표될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에 대한 불안도 악재로 작용했다.

◆세계 경제 조정 국면 들어가나=일부 증시 전문가는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중장기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6일 "세계 경제가 급작스러운 조정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2분기 이후 하락으로 돌아서고 경기동행지수 역시 지난해 4분기 이후 둔화되고 있어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증시가 이처럼 큰 조정에 들어가면서 국내 증시 전망도 어느 때보다 신중해지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가 정보기술(IT) 업종의 실적 부진 등으로 이달 말까지는 상승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미국 증시의 실적 장세에 휘둘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표재용.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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