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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상환 방식이 오히려 부담 작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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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직장인 A씨는 5억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1억5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내달부터 바뀌는 주택담보대출
은행서 금액 예시, 선택 돕기로

은행 직원이 A씨에게 제시한 상품설명서(20년 만기, 연 3.5% 고정금리)에는 첫 3년간 이자만 내는 거치식과 처음부터 원금·이자를 쪼개 갚는 분할상환방식의 상환액을 비교한 표가 있었다.

거치식상환은 대출 첫 3년간(거치기간) 43만7500원만의 이자만 내면 되지만 3년이 지나면 원금·이자 상환액(97만6600원)이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분할상환방식은 대출 첫 달부터 86만9940원을 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20년간 똑같은 금액을 내면 됐다.

20년간 내야하는 원리금 총액(예상치)도 분할상환이 2억888만원으로 거치식상환(2억1499만원)보다 611만원 적었다. 결국 A씨는 분할상환방식으로 대출을 받았다.

다음달부터 내집마련 수요자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이처럼 상환방식별로 월 상환액과 총 원리금 부담 예상액을 비교해 본 뒤 선택할 수 있다.

대출자가 자신의 능력에 맞는 상환방식을 고를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겠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이런 내용의 가계대출 관행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대출을 받을 때 은행 직원이 말로만 개략적인 설명을 하면 될 뿐 상환방식별로 금액을 계산해서 제시할 의무는 없었다. 이러다 보니 대출자가 정확한 월 상환액과 총 부담액을 모른 채 빌렸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중도상환하고 다른 상환방식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이번 합리화 방안이 다음달 수도권에서 시행하는 주택담보대출 가이드라인(분할상환·고정금리 유도)의 연착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류찬우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총 원리금을 비교하면 분할상환 부담이 거치식보다 부담이 작다는 걸 대출 수요자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리인하 요구권 제한 사유도 상품설명서에 분명히 표시하도록 했다. 신규대출 3개월 이후, 대출기간 중 2회 이내 같은 은행 자체의 제한 규정을 소비자가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서류 간소화 차원에서 핵심설명서는 상품설명서에 통합한다. 상품설명서 상단에 있는 설명의무 확인 문구(고객이 이를 듣고 이해했음) 서명란도 하단으로 옮기기로 했다. 소비자가 대출상품 조건과 구성 등을 제대로 읽어본 뒤 서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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