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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정서적 학대 평생 뇌에 상처로 남아

중앙일보

입력


어린 시절 부모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한 경험은 평생 뇌에 상처를 남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의학분야 전문가의 뇌 영상연구를 통해 밝혀진 결과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지욱(49·여) 교수는 28일 “뇌 영상도구를 이용해 살펴본 결과 만성적인 부모의 언어적 학대나 가정폭력 목격 등의 정서적 학대경험은 뇌 신경 회로 발달에 이상 소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신체적 학대가 아닌 정서적 학대만으로도 뇌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는 얘기다.

최 교수가 아동기에 다른 학대 없이 부모의 언어적 학대만을 경험한 성인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해 발표한 논문(2009년)에 따르면 언어 학대군은 신경회로 발달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어표현을 담당하는 영역과 언어이해를 담당하는 영역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회로가 큰 차이를 보였다. 우울증상이나 불안증세와 관련 있는 신경회로도 언어 학대에 취약한 게 뇌 영상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최 교수는 “일반적인 뇌 신경 다발이 굵고 단단하게 연결돼 신경전달이 원활하다면 학대군의 부위는 좁거나 약해 끊어진 경우도 있다”며 “만성적 언어학대가 언어적 지능 저하나 감정조절 문제와 연관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학대에 노출되면 심리적 발달은 물론 뇌의 구조적 발달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며 “부모의 양육행동이 자녀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사실을 뇌 영상 분석을 통해 발견한 최 교수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미국 『마르퀴즈 후즈후 인 더 월드(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2016년 판에 이름을 올렸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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