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한전이 장착한 새 무기, '강우' 콤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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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강민우-우상조(출처 - 한국전력 배구단)

프로배구 한국전력이 달라졌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워졌지만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할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뭄에 내린 비 같이 반가운 강민웅(31)-우상조(24)의 '강우' 콤비의 등장 덕분이다.

한국전력은 27일 수원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3-1로 이겼다. 후반기 들어 거둔 두번째 승리지만 기뻐할 수 만은 없었다. 승점 3점을 보태 승점 34(10승16패)가 됐지만 여전히 3위 대한항공(17승10패·승점52)과의 격차는 크기 때문이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도 "사실상 올 시즌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소득은 있었다.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는 변화를 보여준 경기였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이날 속공을 11번 시도해 10번 성공했다. 특히 우상조는 7번의 공격 중 6번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외국인선수와 전광인, 서재덕의 날개 공격에 집중하던 예전의 한국전력과는 완전히 달랐다. 전광인도 "예전의 우리 팀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변화의 핵심은 세터 강민웅이다. 한국전력은 4라운드를 앞두고 미들블로커 최석기(30)와 내년 신인 지명권을 대한항공에 주면서 강민웅과 미들블로커 전진용(28)을 데려왔다. 개막 전부터 강민웅 영입을 원했던 신영철 감독은 즉시 강민웅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후반기 성적은 2승6패에 머물고 있지만 공격수들과의 호흡이 좋아지면서 경기력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속공 사용빈도와 정확도가 올라갔다. 대한항공전에서는 20점대에서도 적극적으로 속공을 사용해 상대 블로커를 따돌렸다. 강민웅은 "감독님이 20점대에서도 속공을 높은 곳에서 빠르게 주라고 주문을 한다. 오늘은 리시브가 잘 되서 내 뜻대로 자신있게 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3라운드까지 한국전력의 속공 시도는 185회로 7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성공률도 53.51%로 꼴찌였다. 상대는 중앙 공격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얀 스토크와 전광인을 집중했다. 그러나 강민웅이 합류한 4라운드부터는 아니다. 전체 공격 중 속공의 비율이 10.9%에서 19.2%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성공률 57.48%(4위)로 크게 향상됐다. 퀵오픈의 점유율도 7%나 올라갔다. 가장 느린 팀이었던 한국전력이 조금씩 '스피드'를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강민웅의 새로운 단짝도 생겼다. 프로 2년차 우상조다. 한양대 출신 우상조는 2014-2015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8순위로 삼성화재에 지명됐다. 한국전력이 리베로 곽동혁을 보내면서 받은 지명권이라 우상조는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첫 해 단 한 경기 출전에 그쳤던 그는 최석기·방신봉·후인정(은퇴) 등 선배들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올해도 전반기까지는 1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러나 강민웅이 온 뒤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최근 3경기 연속 7득점 이상을 올렸다. 강민웅과의 찰떡 호흡 덕분이다. 강민웅은 "상조와는 처음 연습할 때부터 제일 잘 맞았다. 타이밍이 잘 맞는다"며 "감독님이 상조를 주전으로 경기에 넣는 것도 나와 잘 맞기 때문이란 걸 안다"고 했다.

내년부터 남자부도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제도가 실시된다. 외국인선수의 파괴력에 의존하기는 어렵다. 신영철 감독이 강민웅을 데려와 팀을 새롭게 정비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신 감독은 대한항공전이 끝난 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선수들이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한국전력의 새로운 무기 '강우' 콤비가 올시즌 남은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흥미롭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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