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 대남전단 대량 살포는 김영철 통전부장 첫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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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김영철북한이 최근 한국을 향해 날리고 있는 대남전단 살포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라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27일 말했다.

12일부터 서부전선서 마구 날려
박 대통령 원색 비난 내용도
현재 수거 전단만 10만 장 넘어
“대북방송 예상, 미리 준비한 듯”

이 당국자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한국이 대북방송을 재개(8일)하자 북한은 이에 반발해 대남전단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며 “전단 살포는 지난해 말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양건의 후임으로 통일전선부장을 맡은 김영철의 첫 작품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밤부터 대북방송을 중단하라는 주장이 담긴 대남전단을 서부전선에서 살포하고 있다. 전단은 경기 북부와 서울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 오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도 있다고 한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현재까지 수거된 전단만 10만 장이 넘는다”며 “(수거 못한 전단까지 포함하면) 북한이 살포한 전단은 수십만 장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통전부 산하 조직인 ‘연락소’에서 전단의 내용을 작성하고 인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전국 각지에 대남공작 업무를 담당하는 ‘연락소’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임진강 북쪽 등 북한 서부전선 최전방에서 북한 군인들이 전단 풍선을 띄우는 장면이 포착되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만든 걸 가져와 군인들은 날리기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남전단의 기획과 내용 작성을 이끌고 있는 김영철은 2009년부터 6년여 동안 테러와 대남공작 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장을 맡아 왔다.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당국은 지목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 뒤인 그해 4월엔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이 정찰총국을 방문해 김영철을 격려하기도 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김영철은 1960년대 비무장지대에서 장교로 군 복무를 했고,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연락장교를 맡아 전방 지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80년대 이후엔 남북회담에 참가해 남한 사정에도 밝은 인물”이라고 했다. 그래서 정보당국은 그를 북한군과 ‘대남작전’을 결합시킬 수 있는 인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김영철이 통전부장이 된 직후부터 대남전단 살포를 준비해 왔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종이나 인쇄 시설이 부족해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북한이 한국군의 대북방송 시작 나흘 만에 컬러로 인쇄된 전단을 살포했다는 점에서다.

정보당국자는 “이달 초 통전부장에 부임한 김영철이 한국군의 대북방송 재개를 예상하고 미리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은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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