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죽을 고비 앞에서 물러나는 문재인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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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세번의 죽을 고비가 있다

2015년 2월8일,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는 지난해 2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며 “제게는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있다. 이번에 당 대표가 안 돼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저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 제가 대표가 되어도 당을 살리지 못한다면, 총선 승리 못한다면, 제가 어떻게 대선 후보가 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문 대표는 마지막 고비인 4ㆍ13 총선을 넘지 못하고 27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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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는 공천지분 확보하려는 사심집단

2015년 5월 14일, 기자회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4ㆍ29 재ㆍ보궐선거 선거구 네곳에서 모두 참패하자 비주류가 문재인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문 대표는 다음날 ”선거결과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5월 14일엔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비주류 측을 ”기득권 유지와 공천지분을 확보하려 지도부를 무력화시키는 사심집단“으로 비판하며 맞섰다. 비주류 수장인 김한길 의원은 ”문 대표는 친노 좌장으로 있기에 아깝다. 결단을 고대한다”며 사실상 문 대표에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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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활동의) 제약은 거의 없는 셈

2015년 5월 27일, 김상곤 혁신위 출범 후 열린 첫 최고위에서…

문재인 대표는 4ㆍ29 재보선 참패 수습카드로 ‘김상곤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문 대표는 “인사ㆍ당무ㆍ공천에 대한 혁신의 전권 등 (혁신위 활동의) 제약은 거의 없는 셈"이라고 혁신위에 힘을 실었줬다. 혁신위는 사무총장제를 폐지하고 내년 총선 후보를 100% 일반국민으로 구성한 선거인단 투표로 결정하는 혁신안 등을 내놨다. 하지만 비주류는 "김 위원장의 혁신안이 비주류 청산에 맞춰지고 이를 최재성 사무총장이 집행하면 의원들 이탈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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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니라면 빨리 선택해야

2015년 9월 9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는 지난해 9월 9일 "내가 아니라면 빨리 선택해야 한다"며 재신임 투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전날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김상곤 혁신위를 향해 "그만 정리하고 끝내는 게 도움 될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이기 시작하면서다. 당 중진의원등의 만류로 문 대표는 재신임 투표를 공식 철회하며 "더이상 대표를 흔들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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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합을 명분으로 혁신을 거부하고 기득권 지키려는 움직임 대단히 강하다

2015년 11월 18일, 조선대 강연에서…

문재인 대표는 조선대 강연에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과 당 대표 역할을 나누는 임시 지도부 구성을 제안한다. 그러면서 ”(당) 단합을 명분으로 혁신을 거부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대단히 강하다”며 “저를 흔드는 분들도 실제로는 자기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인데 공천권을 서로 나누는 옛날식 정치는 절대 안 된다”고도 했다. 이에 안 의원은 혁신정당대회를 개최해야 하자고 맞섰다. 이에 문 대표는 “제 제안은 협력하자는 것인데, 전대는 대결하자는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 방침을 밝히며 두 사람은 결별 수순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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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하자

2015년 12월 12일, 안철수 자택서 47분 기다렸지만...

결국 안철수 의원은 12월 13일 탈당했다. 문 대표는 탈당 하루 전날 서울 노원구에 있는 안 의원의 아파트까지 찾아갔지만 집 밖에서 47분을 기다리다 짧은 악수만 나누고 돌아섰다. 안 의원이 다음날 탈당 기자회견 45분전 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혁신전대는 대국민 약속이었다"며 "이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했지만 문 대표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하자"고만 답하면서 안 의원은 예정대로 탈당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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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통합 틀 마련되면 대표직도 내려놓을 수 있다

2016년 1월 14일,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 직후 ”파도에 흔들려도 가라앉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며 당 대표직서 물러나기로 했다. 비주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시작되고 분당 책임론이 제기되면서다. 문 대표는 "야권 통합의 틀이 마련되면 대표직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며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야권 대통합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당무에서 손을 떼고 인재영입과 야권통합에 매진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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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희망 생기는 가운데 대표직 내려놓게 돼 그나마 다행

2016년 1월 27일, 마지막 최고위를 주재하며…

27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공식 출범하면서 문재인 대표는 354일만에 당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마지막 최고위를 주재하면서 ”새로운 희망이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대표직을 내려놓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며 “(앞으로)백의종군 하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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