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이란 방문 검토…중동 붐 잡기 정상외교전에 뛰어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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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이 경제 외교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그 대열에 한국 대통령도 뛰어들기로 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정 등)추가적인 내용은 확정되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상대국인 이란과의 협의 결과에 달렸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르면 4~5월에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성사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한다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첫 방문이 된다. 최규하 전 총리가 1977년 5월 총리 자격으로 방문한 이래 외교장관(반기문, 한승수)이나 산업자원부장관(윤진식) 등이 이란을 방문한 일은 있지만 대통령이 방문한 적은 없다.

지난 16일 미국과 EU는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를 선언했다. 곧바로 이란은 ‘제2중동 붐’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2일 이미 이란을 찾았고, 아베신조(安倍晋參) 일본 총리도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그런 만큼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건 대 이란 외교전에 공식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놓고 양국 간 분위기가 상당히 무르익은 단계”라면서 “이란 제재 해제 기류가 포착된 지난해부터 이란 정부와 꾸준히 접촉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방문을 위한 일정 조율이야 미국의 제재 해제 발표 이후에 시작했지만, 외교적 접촉은 그보다 앞서 미리 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기 직전인 지난해 6월 조태용 당시 외교부 1차관(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이란을 방문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이란을 찾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다.

이런 만큼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성사되면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 서방국들이 잇따라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을 때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이란과 교류를 유지했다”며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제재 동참을 요청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란을 찾아 정상회담까지 하게 되면 양국 경제협력 분야에서 적지않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장관이 지난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제재 기간 동안 이란을 떠나지 않은 한국 기업에 대해 이란 정부가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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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 같은 양국 간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박 대통령의 방문이 성사되면 경제사절단(재계 인사들)도 대규모로 조직할 것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중동 4개국(쿠웨이트ㆍ아랍에미리트ㆍ사우디아라비아ㆍ카타르) 순방 때도 기업인 116명을 경제사절단에 포함시켜 동행했다. 제2의 중동붐을 노리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이란 방문이 성사되면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이란이 제외되면서 북한은 ‘유엔의 제재를 받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남궁욱ㆍ현일훈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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