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법은 목욕탕…약자에게 엄마 품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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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행정자치부·법무부·환경부·국민안전처·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시작된 정부부처 업무보고는 이날로 마무리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법은 목욕탕.”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법무부 등 5개 부처로부터 ‘국가 혁신’을 주제로 업무보고를 받다 한 말이다. 이날은 정부부처 업무보고 마지막 날이었다.

법무부 등 5개 부처 업무보고
“깨진 유리창처럼 빈틈 방치하면
탈법·편법 비리 크게 번진다”
총선 있는 해 부정부패 척결 강조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정부패 척결, 엄격한 법과 원칙의 적용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법과 제도가 더 따뜻하고 친근하게 국민에게 다가서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29초 영화제’ 이야기를 꺼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법무부에서 29초 영화제를 개최했는데 ‘법은 보호자이다’ ‘법은 엄마 품이다’라는 제목의 작품이 수상했다고 들었다”며 “지지난(2년 전) 법무부 업무보고에서도 어린이들이 글짓기를 했는데, ‘법이 이런 것이다’하고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하니까 나중에 감상을 적는데 ‘법은 따뜻한…, 아~ 뭐죠?”라고 물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법은 목욕탕이다”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네, ‘법은 목욕탕’이라고 어린이가 이야기를 했는데, ‘목욕탕에 들어가면 따뜻하고 기분 좋잖아요’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어린이들 생각에 법은 목욕탕이다. 따뜻한 물속에 딱 들어앉으면 편안하고 따뜻하고 깨끗해진다. 그런 좋은 발상을 했는데 사실 법은 약자들한테 엄마의 품 같은 그런 게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으론 법의 엄정함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깨진 유리창 이론이 말해주듯이 작은 빈틈이라도 방치하면 탈법·편법 비리가 크게 확산한다”며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도 잘 치러야 하는 만큼 엄정한 법질서 확립과 부정부패 척결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1982년 3월 미국의 범죄심리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은 마을의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뒀더니,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돼 결국 슬럼가로 변해 버렸다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20주년 된 해인데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법질서와 사회투명성 부문에서는 그만큼의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며 “부패와 비리, 탈법과 편법을 낳는 비정상적인 관행과 적폐들은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법은 범법자에게는 엄정하고 추상같아야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국민에게는 적극적인 보호자가 되고 따뜻한 안내자가 돼야 한다”는 게 이날 박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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