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판 할 감독 사임…원인은 팬들의 비난?

중앙일보

입력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이스 판 할(65·네덜란드)감독이 곧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5일 '판 할 맨유 감독이 지난 24일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직후 구단측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에드 우드워드(45) 맨유 부회장이 일단 사퇴를 만류했으며, 휴가 중인 판 할 감독이 복귀하면 직접 만나 거취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데일리스타를 비롯한 다수의 영국 언론은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우샘프턴전 직후 네덜란드로 건너간 판 할 감독의 사퇴 의사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판 할 감독이 중도 퇴진을 결심한 건 홈 팬들의 비난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맨유가 사우샘프턴에 패한 직후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는 분노한 팬들의 야유로 가득찼다. 올 시즌 맨유는 23경기에서 10승(7무6패)에 그치며 리그 5위에 머물고 있다. 돌풍의 주인공인 선두 레스터시티(47점)와 승점 10점 차다. 우승은 커녕 리그 4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도 불투명하다. 판 할 감독은 그간 사퇴 압력을 받을 때마다 "홈 팬들이 나를 지지하는 한 감독직을 지킬 것"이라 말해왔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75) 감독이 2013년 퇴임한 이후 줄곧 '리더십 부재'에 시달렸다. 판 할 감독에 앞서 2013년 여름 지휘봉을 잡았던 데이비드 모예스(53) 전 감독도 선수단 장악에 실패해 10개월 만에 하차했다. 퍼거슨 전 감독은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호통을 친다는 의미로 '헤어 드라이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격려가 필요한 선수들은 자상하게 다독여 기를 살려줬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어 가며 선수단을 하나로 만들었다. 퍼거슨 감독이 맨유에서 27년 간 장기집권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판 할 감독 퇴진이 확정되면 맨유는 다시 '포스트 퍼거슨'을 찾아나서야 한다. 조세 무리뉴(53·포르투갈) 전 첼시 감독이 대안으로 우선 거론된다. 아울러 모예스 감독 사퇴 직후 감독대행을 맡았던데다 판 할 감독 재임기간 중 수석코치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라이언 긱스(43)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 인디펜던트는 '맨유가 두 감독을 잇따라 시즌 도중 경질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올 시즌을 일단 판 할 체제로 치르고, 특급 윙어 가레스 베일(27·레알마드리드)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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