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야당, 쟁점 법안 대승적 타결로 나라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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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해를 넘기고도 한 달 가까이 끌어온 여야의 쟁점 법안 협상이 5부 능선에서 성패의 기로에 섰다. 지난 주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북한인권법 등 2개 법안 처리에 모처럼 합의했다. 하지만 쟁점 법안의 핵심인 노동개혁 4개 법안은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1만7800개 창출효과가 있다는 파견제법에 대해 야당이 반대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69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긴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테러의 위협을 막기 위한 테러방지법도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2%에 달했다. 1999년 실업률 통계기준이 현행 체제로 바뀐 이래 최고치다. 전체 실업률도 최근 5년 만에 가장 높은 3.6%를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노동개혁 5대 법안의 하나인 기간제법은 처리를 유보했다. 고육책을 써서라도 19대 국회 종료 전에 노동개혁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이제 공은 야당과 노동계로 넘어갔다. 야당은 목소리는 크지만 전체 노동자의 10% 선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들에 끌려 다니다 나라 전체를 망치는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된다. 야당은 파견법에 대해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고 반대하지만 이는 법안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하는 말이다. 파견법의 취지는 55세 이상 중장년층에게 일자리를 주고 구인난을 겪는 제조업 등 각종 ‘뿌리산업’에 인력을 원활히 공급하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중장년층이 정규직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파견 형태로라도 일자리를 주는 게 차선책이다. 야당과 노동계가 파견법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능사가 아닌 이유다.

 서발법과 테러방지법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서발법이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하지만 여당이 법안에 의료 공공성 고려 취지를 반영하겠다는 움직임인 만큼 타협의 여지는 충분하다. 테러방지법도 쟁점이었던 테러대응센터 관할권을 국가정보원이 아닌 총리실에 주기로 여야가 공감대를 이뤘다. 서로 조금만 더 양보한다면 통과가 어렵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청년 일자리 확대에 2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늘어난 취업자는 33만여 명뿐이다. 5년 만에 최하치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정치권은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물론 정부의 노동개혁 법안에는 노동계의 일정한 희생이 전제돼 있다. 고용창출 전망 수치가 다소 부풀려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고용 절벽 앞에서 생사의 기로에 몰린 실업자들을 구하는 것보다 급한 과제는 없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지난해 “우리 당은 민생·안보 정당”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 말이 공염불이 아니었음을 보여줄 때가 바로 지금이다.

 정부도 노동개혁 법안에 대한 노동계의 우려가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이 채용을 꺼리지 않고, 근로자는 실업·이직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정한 노동환경 조성이 개혁의 알파요, 오메가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