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무더기 MB계 계좌추적, 검찰총장이 진상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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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명박(MB)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무더기 계좌추적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계좌추적 대상이 당초 알려진 10~20명 수준을 넘어 5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MB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내사가 진행됐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50여 명이 금융기관에서 계좌 조회 사실을 통보받았으며, 집계가 끝나면 1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 계좌 조회 때는 굉장히 신중하게 하는데, 이번 경우는 아주 이상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2일 특강에서도 “하도 시끄러워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을)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했다. 자꾸 뭘 뒤져서…”라고 우회적으로 검찰을 비판했다.

 문제는 이처럼 파문이 커지는 상황에서 검찰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앙SUNDAY 첫 보도 직후 검찰은 “계좌조회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하루 만에 조회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해 자원개발 의혹 수사 과정에서 피고발인 계좌를 추적하다 그의 아버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계좌에 돈을 보낸 이들의 계좌도 열어 보긴 했으나 범죄 혐의와 관련 없어 진행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검찰은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50명 넘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저인망식 계좌추적을 해놓고 “단순 확인 차원이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당시는 일련의 검찰 수사가 MB 측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불거진 시점이었다. 또한 이 같은 계좌추적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대검찰청의 해명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계좌추적 규모와 보고 라인, 배경 등이 모두 안갯속에 가려져 있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계좌를 들여다봤다면 인권 침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식에서 "수사의 객관성·공정성은 검찰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총장은 직접 국민 앞에서 이번 논란의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