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리 전력 전직 대통령 아들 영입이 혁신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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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더불어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를 영입한 건 정당정치의 가치와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를 던진다. 문재인 대표는 홍걸씨 입당에 대해 “많은 이가 우리 당과 호남을 이간시키려 하는데 이제 당의 정통성과 정신을 재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남 정통성은 호남을 기반으로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추구했던 국정 철학을 계승하는 데 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 한 사람이, 그것도 비리 전력의 소유자가 입당했다고 해서 정통성이 확인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다.

 아들이 아버지의 정신을 자동적으로 이어받고 아버지의 정통성을 아들이 저절로 계승할 수 있다는 주장은 불쾌감마저 준다. 홍걸씨는 더민주에 입당하면서 “더 이상 아버님과 호남을 분열과 갈등의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 그분이 하늘에서 눈물을 흘리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공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훈련되거나 검증받을 만한 활동을 한 적이 별로 없다. 문 대표가 최근 참신하다고 칭찬을 들었던 전문인이나 경영인 영입과는 거리가 멀다.

 김 전 대통령은 집권 후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주도하는 등 통합과 화합에 앞장섰다. 김종필 자민련 당시 총재 등 산업화 세력과도 연합했다. 하지만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당이 분당된 뒤 맞이한 올해 현충원 참배에서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지 않았다. 친노 주류의 당내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더민주가 60년 야당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건 혈통의 계승이 아니다. 통합과 화합이란 김대중·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의미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도 여러 차례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당이 여론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이미 문 대표의 더민주는 대법 판결 전에 하급심에서 불법 자금 유죄만 받아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혁신 기준을 확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홍걸씨는 목포 출마나 비례대표 공천을 받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정치활동의 자유도 국민적 가치와 순리 속에 머물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