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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던 더민주 B~C … 선전하던 국민의당 C학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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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호 4 면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후 40여 일간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치열한 인재 영입전을 벌였다. 1 22일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윤여준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왼쪽에서 셋째)이 당 합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 문재인 더민주 대표(가운데)는 21일 영입 인사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왼쪽)과 뉴파티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김상선 기자

지난해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후 야권엔 한바탕 이합집산의 광풍이 휘몰아쳤다. 안 의원이 창당을 준비 중인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더민주)으로부터 다수의 호남 의원들과 김한길·김영환 의원 등을 영입하며 한동안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휘청거리던 더민주는 ‘김종인 선대위원장 카드’를 내밀고 문재인 대표가 사퇴를 선언하고 나서야 박영선 의원의 탈당을 막고 전열을 추스를 수 있었다.


초반 고전하던 더민주가 정치 신인 영입전에서 한발 앞서며 국민의당보다 더 기세등등한 국면이다. 40여 일 동안의 난타전을 본 정치 전문가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다른 당 의원들과 학자 등 전문가 10인으로부터 ‘두 야당의 40일 전쟁’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① 더민주 vs 국민의당 누가 잘했나▶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당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 놀랐는데 결국은 내가 생각했던 모습으로 돌아갔다. C학점 정도다. 더민주는 B에서 D로 곤두박질쳐서 F로 갈 뻔하다가 지금 B와 C의 경계선에 와 있다. 국민의당은 가치나 지향점 없이 마구잡이로 잡탕인 사람들을 끌어들였지만 제대로 된 전략가는 없다. 반면 더민주는 김종인 영입 자체를 잘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영입을 계기로 경제민주화, 불평등 해소로 당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기치를 선점당한 건 국민의당이 뼈아파 해야 한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더민주는 악조건 속에서도 원래 지지를 복원했다. 인재 영입도 좋게 평가받고 있다. 80점, 우 정도 된다. 국민의당은 생각보다 교섭단체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3월에 공천 못 받는 현역 의원이 이탈할 수도 있다. 야권연대를 안 하면 총선이 힘든데 안철수 의원은 계속 안 한다고 고집한다. 70점, 미 정도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국민의당은 국민이 바라는 중도신당이 아니라 ‘어나더(another·또 다른) 더민주’를 만들었다. 사람들을 죄다 더민주에서 끌어와 이젠 박형준(국회 사무총장) 같은 우파 진영 인사들이 가기 힘들게 됐다. 질이 중요한 것인데 양으로만 승부하려 한다. 국민의당이 원래 80석 정도 가져갈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40~50석도 안 되는 것 같다. 지금 상태로 양당이 팽팽한 싸움이 될 거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국민의당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건 단편적인 생각이다. 양당체제 속에서 제3정당을 구축하는 과도기에서 보통 수준은 하고 있다. 현재처럼 15% 이상 지지율이면 1992년 통일국민당처럼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해 의미 있는 제3세력이 될 수 있다. 더민주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기대치로 잡으면 안 된다. 더민주가 국보위 전력이 있는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한 건 김구가 이완용을 영입한 꼴이다. 더민주는 새누리당과 싸워야 하는데 국민의당과 싸우고 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안 의원이 혼자 탈당할 때는 이 정도까지 의원을 모을 거라 상상하기 힘들었다. 반면 더민주는 김종인 위원장의 독불장군 스타일과 패권을 유지하려는 친노 세력이 서로 쉽게 화합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문재인 대표는 당을 관리하지 못해 대표직을 내놓고 선대위원장도 외부에 하청을 줬다. ‘문재인 당’을 김종인이 잠시 가져간 거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강력하게 충고하러 왔다’고 하는데 책임을 안 지는 충고는 충고가 아니다.


② 국민의당 간판, 안철수 vs 다른 사람▶이택수=안 의원이 당의 간판으로 나서야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안철수 신당’에서 ‘국민의당’으로 이름을 바꾸니 당장 10%대 후반이던 지지율이 1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그러면 2012년 14석을 가져간 친박연대 지지율과 비슷해진다. 안철수 개인에 기대를 갖는 국민이 여전히 많은데 왜 대표직을 양보하려는지 모르겠다.


▶박성민 민 컨설팅 대표=총선은 예비 대선후보에 대한 응원의 성격이다.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처럼 국민의당은 가장 강력한 상징 자본인 안철수를 대표든 선대위원장이든 내세워야 한다. 제품을 팔려면 가장 먹히는 상품을 내세워야 한다. 2선 후퇴한다고 사당화 논란이 없어지나.


▶김형준=국민의당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구원투수는 손학규다. 안철수는 ‘대권에 관심 없다. 당을 살리고 정치를 살리는 길에 올인하겠다’고 해야 한다. 진작 그렇게 했으면 박영선 의원도 잔류 선언을 안 했을 것이고 천정배도 합류했을 것이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지역구별 창당을 시작해야 한다. 좌우지간 당이 만들어져야 후보들이 붙는다. 창당이 늦으니 더민주에서 나오지 못하고 붙들려 있다. 더민주 예비후보로 일단 등록하면 나중에 빠져나오기 어렵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한 마리 토끼만 쫓아라. 지역주의 탈피와 정책 정당을 표방한 당이 ‘호남의 주인이 바뀐다’는 식으로 특정 지역 패권 교체에만 몰두하는 건 구태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전당대회라도 열어 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분명히 갖춰야 한다. 원칙이 없으니 인재 영입이 왔다 갔다 한다. 오겠다는 사람을 당에서 ‘된다 안 된다’ 하는 게 솔직히 웃긴다. 공천을 어떻게 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해 지지자들이 당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정두언=국민의당이 재도약하려면 여권 인사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 누가 들어가겠나. 가장 이상적인 것은 안철수 의원이 ‘나는 대선 출마 안 한다. 대신 새정치 하자. 김부겸 와라. 정두언 와라’고 말하는 모습이다.


③ 더민주와 국민의당, 호남 승자는 누구▶김형준=호남은 한국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지역이다. 안철수를 열광적으로 지지해서가 아니라 문재인에 대한 거부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다. 안 의원은 그들이 자신을 지지할 명분을 줘야 한다. 자신의 모든 것, 전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호남이 외면할 것이다.


▶이택수=문재인에 대한 거부감으로 리얼미터 조사에선 호남에서 아직 국민의당이 앞서 있지만 이승만 국부론과 더민주의 인재 영입으로 격차가 많이 줄었다. 어느 당이 더 경쟁력 있는 인물을 공천하느냐로 승부가 갈릴 것이다. 더민주에 복당한 이용섭 전 의원이 광주 광산구을에서 탈당한 권은희 의원과 붙어 경쟁력을 보여주면 호남 사람들이 더 긍정적으로 볼 것이다.


▶이상돈=안철수의 호남 지지율은 허수다. 김종필과 이회창에 대한 충청도민 지지의 차원이 다르듯이 김대중과 안철수에 대한 전라도민의 지지도 다르다.


▶김수진=천정배의 국민회의와 정의당은 야권연대에 상당히 전향적인데 국민의당이 계속 ‘다당제를 지향하니 독자적으로 나가겠다’고 하면 그쪽만 고립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호남에서도 어려워질 것이고 당 내부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김민전=한국 정치에선 국민에게 기분 좋은 골을 선사하기보다 자살골로 스스로 망한 경우가 많았다. 누구든 (호남에서) 자살골을 줄여야 한다.


이충형·추인영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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