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선 학부모 10명 중 3명 ‘부모 되기’ 강좌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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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북 영천에서 2013년 대구로 이사한 남경애(44·여)씨 부부는 그해 4월 대구시교육청이 보낸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학부모에게 자녀 양육·교육법을 알려 준다’는 내용이었다.

시교육청, 자녀 연령별 맞춤 교육
평생교육사·상담사·의사가 강사진

4명의 자녀를 기르며 나름 육아전문가를 자부했던 남씨는 “설마 내가 모르는 내용이 있을까”란 생각을 하며 교육장을 찾았다. 현장 교육을 통해 남씨는 엄마의 욕심보다 아이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고 한다.

 대구시교육청은 2013년부터 강사비와 교재비 등으로 매년 12억원을 투입해 ‘학부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젊은 부모에게 자녀의 양육·교육법을 알려 달라”는 시민 요구가 많아서다.

자녀 연령(0세~고등학생)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한다. 유아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자녀와의 애착을 강조하고, 유치원생 부모에게는 자녀의 인격을 설명하는 식이다.

강사진은 평생교육사·심리상담사·의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강의 만족도 평가를 통해 매년 전체 강사의 30%가량을 교체한다.

지난해 교육에 대구 지역 학부모 8만6000여 명(전체의 28%)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를 끈 비결이다.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 같은 부모 교육을 진행하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부모 교육을 하려면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부모 교육도 교육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됐다”며 “교육을 받은 이들이 ‘진짜 부모’로 거듭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부모 교육’을 받기 위해 전문가를 찾는 부모들도 있다. 부산시 동래구에 있는 ‘공감과 성장’은 부모 교육 전문기관이다.

참가자들은 자녀를 체벌·학대한 사실을 털어놓는다.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며 해결책을 찾는 식으로 운영된다. 전문강사는 이들의 상황에 공감하며 주제와 대화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

2014년 6월부터 현재까지 400여 명이 이곳에서 12개월짜리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정부 지원을 통해 한 달에 수업료 2만원만 내면 된다.

 양아영 ‘공감과 성장’ 센터장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본인의 문제점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부산·대구=차상은·유명한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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