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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러 강 건너던 서천 주민들 ‘시네마천국’ 즐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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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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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벌포영화관에서 주민들이 영화를 보고 있다. 아래는 25년 전 이 곳에 있던 중앙극장. [사진 서천군]

25년 만에 생긴 극장이 지역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주민들은 “문화예술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곳에 극장이 문화 인프라의 중심 역할을 할 것 같다”며 기대하고 있다. 인구 5만8441명의 충남 서천군 얘기다.

정부 지원으로 기벌포영화관 열어
1990년 중앙극장 폐관 후 첫 극장
2개관서 ‘대호’ ‘히말라야’ 상영
관람료 5000원, 다른 곳보다 저렴

 주말인 지난 16일 서천군 장항읍의 ‘기벌포영화관’에는 영화를 보러 온 주민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이날부터 17일까지 이틀간 400여 명이 영화를 봤다. 이곳에서는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호’(최민식 주연)’와 ‘히말라야’(황정민 주연)를 상영중이다.

서천읍 군사리에 사는 황상현(27)씨는 “영화를 보기 위해 금강을 건너 전북 군산으로 가거나 심지어 대전까지 갈 때도 있었다”며 “연세가 많아 멀리 가기 힘드신 부모님도 쉽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부 주정아(36)씨는 “문화 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주민들에게 극장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며 “기벌포 영화관이 활기찼던 과거 장항의 영광을 되찾는데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벌포영화관은 지난해 12월 7일 준공됐다. 25년 전 중앙극장이 있던 자리에 20억원을 들여 새로 지었다. 정부가 극장이 없는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작은 영화관 건립’ 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7억원 등을 합해 예산을 마련했다.

상영관은 2개관(총 154석)이며 지난 9일 본격 상영을 시작했다. 관람료는 영화 한 편당 5000원(3D 8000원)으로 시중 영화관보다 싸다. 운영은 민간업체가 맡아서 하고 있다.

서천군은 영화 상영으로 발생하는 수익금은 독립영화 시사회, 초대전, 기획전 등 서천의 문화산업을 위해 재투자하기로 했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전북 군산과 접하고 있는 장항은 일제강점기 때 서해안의 대표적 신흥 무역항이었다. 1936년 장항제련소가 건설된 뒤로는 국내 비철제련공업의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장항제련소의 굴뚝 사진이 공업화의 상징으로 교과서에 실렸을 정도였다.

장항읍은 39년 광주광역시와 함께 읍으로 승격됐다. 기벌포는 장항의 백제 때 지명이다. 나당연합군과 백제의 최후의 결전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80년대만 해도 서천에는 장항극장·중앙극장·서천극장 등 영화관 3곳이 있었다. 하지만 장항제련소가 89년 가동을 중단했고, 90년 금강 하굿둑 완공으로 장항항은 항구로서의 기능이 약해졌다. 장항의 쇠락과 함께 서천군 인구도 급속히 줄었다.

70년 14만6269명에서 90년 10만533명이 됐다. 장항읍 인구도 지난해 1만3000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경영난을 겪게 된 극장은 잇달아 폐업했다. 90년 마지막으로 중앙극장이 문을 닫았다.

노박래 군수는 “가족 관람실 등 최신 시설을 갖춘 영화관이니 만큼 주민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h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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