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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평가] 교사에 대한 만족도 높아졌다지만 실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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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매년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보는 게 있다.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 결과다. 정부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5년부터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시범 운영하고, 2010년에 본격화했다. 기존의 ‘교원근무평정제도’는 승진에만 초점이 맞춰져 교사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교원능력개발평가 시행은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 대한 의견을 내는 창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교사가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생 관리에 신경을 쓰는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평가 방식이나 객관성 논란은 여전하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통해 교원능력개발평평가의 효과와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교원능력개발평가, 효과와 문제점

2010년 교사 전문성 제고 위해 도입
일부 학생 “교사 보는 앞에서 체크하기도”
교사들 “숙제 조금 내면 높은 점수”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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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권 교사는 능력향상연수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진행 방식은 단순하다. 학생과 학부모는 온라인을 통해 교사별로 평가지표별 체크리스트에 표시를 하고 주관식으로 자유로운 의견을 쓰면 된다. 학부모 설문 문항을 예로 들면 ‘선생님은 자녀가 학습에 흥미와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십니다’는 항목에 대해 ‘매우 그렇다’ 5점, ‘그렇다’ 4점, ‘보통이다’ 3점, ‘그렇지 않다’ 2점, ‘매우 그렇지 않다’ 1점을 부여하는 식이다. 학생과 학부모, 동료교사로부터 받은 점수를 합쳐 각각 평균을 매긴다. 교사에게는 본인 점수 외에 학교 평균과 학년 평균을 제공하기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

평가하는 이유가 교사의 전문성 제고기때문에 최상위권 점수를 받은 교사에게는 ‘학습 연구년 특별연수’ 기회를 주고, 시도교육청 교육연수기관에서 1년 동안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 5점 만점에 2.5점 미만 최하위권 점수를 받은 교사들은 ‘능력향상연수’에 참여해야 한다. 한 번 받았을 때는 기본연수, 두 번 받으면 장기기본연수, 세 번 연속 2.5점 미만을 받으면 장기심화연수에 참여하게 돼 있다. 나머지 교사들은 ‘맞춤형 자율직무연수’를 받는다.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는 “능력향상연수 참여가 결정되면 사실상 권고사직이나 마찬가지”라며 “교사로서 수치심을 느껴 학교에 남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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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돌아보고 학생들을 위해 더 노력하는 계기도 된다. 중학교에 재직 중인 김모(38)교사는 2011학년도에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학교 평균인 4.06보다 자신의 점수가 1점 이상 적게 나왔던 것이다.

그는 “이전까지 학생과 눈높이를 맞춰 좀 더 재밌게 수업하려고 노력했는데, 평가가 안 좋게 나와 속상했다”며 “이를 계기로 수업 준비도 더 철저히 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꼼꼼하게 신경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원의 만족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평가를 처음 시행한 2010학년도 학생 만족도는 3.77점이었지만 2014학년도에는 4.46점으로 0.69점 올랐고, 학부모 만족도는 4.12점에서 4.56점, 동료 교원 만족도는 4.66점에서 4.86점으로 각각 0.44점, 0.2점 높아졌다.

‘평가 익명성 보장 안 된다’ 불안
하지만 이 점수가 얼마나 의미 있는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평가 방식과 객관성 문제 때문이다. 학생들이 솔직하게 답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에 머무는 학생들을 컴퓨터실에 모아놓고 평가를 하도록 하거나 교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시키는 곳도 있다.

고2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지난해 교무실에 불려가 평가를 진행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담임선생님이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가 없었다”며 “모든 항목을 ‘매우 그렇다’에 체크하고 후다닥 교실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학생 입장에서는 익명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우려도 있다. 교육부에서는 “100%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이를 신뢰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고3에 재학 중인 이모군은 “중학교 때 평가에 나쁜 얘기 썼다가 교무실에 불려가 혼난 애들을 여럿 봤다”며 “선생님 중에는 ‘누가 어떻게 썼는지 다 알아내는 방법이 있다’고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평가에 불만이 있는 건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평가 자체가 스트레스인 것은 물론, 학생의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하고 고민하는 열정적인 교사보다 숙제 조금 내주고 맛있는 거 많이 사주는 교사가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러다 보니 교사 입장에서는 잘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들에게 잘 보이는데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또 다른 교사는 “대부분 학교에서 생활지도부장이 항상 거의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다”며 “실제로 학생 중에는 혼을 낼 때 ‘평가를 나쁘게 주겠다’고 협박하거나 ‘평가를 잘해줄 테니 맛있는 걸 사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평가 객관성 부족 지적도
학생 조사 외에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와 동료 교사는 해당 교사의 수업을 들을 기회가 한두 번 정도밖에 없고, 특히 학부모는 교과목 교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자녀에게서 들은 얘기를 토대로 평가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또 학교에 불만을 가진 학부모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고3, 중3 자녀를 둔 최지혜(49·서울 중계동)씨는 “첫째가 중2 때 담임교사가 애들을 편애하는 것 같아 딱 한 번 평가에 참여했다”며 “주변 엄마들 얘기 들어봐도 특별한 불만이 없으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치수 교육부 교원정책과 교육연구관은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매년 학부모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것은 물론 올해부터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최고값과 최소값을 각각 5%씩 제외해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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