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과 미사일 협력 이란에 신규 제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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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부가 17일(현지시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이란의 기업ㆍ개인 11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핵 합의를 이행한 이란에 대해 그간 부과해 왔던 경제ㆍ금융 제재를 해제한 뒤 곧바로 취한 조치다. 특히 이번 제재 대상에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놓고 북한과 협력한 이란인 3명이 포함됐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의 군수업체인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의 임원 2명과 이란 군병참방위부(MODAFL)의 간부 1명을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혐의로 신규 제재 대상에 올렸다. SHIG의 무역 담당 임원인 사예드 자바드 무사비는 북한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 직원들과 직접 협력해 왔다. 조선광업개발회사는 미국과 유엔이 제재 대상으로 발표한 업체다. 해외자산통제국은 SHIG가 액체연료 추진 탄도 미사일과 우주발사체의 지상 실험에 쓰이는 밸브ㆍ전자장비ㆍ측정장비를 조선광업개발회사를 통해 북한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또 SHIG의 임원 세예드 미라흐마드 누신과 MODAFL의 부책임자인 사예드 메흐디 파라히는 북한의 80톤급 로켓 추진체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외자산통제국은 밝혔다. 두 사람은 부품 도입 협상 기간중 평양을 방문했다고 해외자산통제국은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이란의 장거리 유도 미사일인 ‘에마드’ 발사가 안보리 결의 1929호 위반인데도 이란이 한달 후 중거리 탄도 미사일 ‘가드로-110’의 발사 실험을 강행하자 제재를 예고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 합의에 따라 원심분리기 해체 등의 조치를 밟자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부과했던 원유ㆍ천연가스 수출 금지 등의 경제ㆍ금융 제재를 이날 해제했다. 그러나 미사일과 무기 개발 등의 분야에선 제재를 일정 기간 계속하면서 필요할 경우 신규 제재를 계속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미사일 신규 제재는 공화당 등 보수 진영이 이란에 대한 경제ㆍ금융 제재를 해제한 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이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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