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향응, 우린 안 받아요~” 대구시, 통화연결음도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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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금품과 향응, 우린 그런 거 안 받아요. 사양합니다….”

청렴도, 지난해 10위로 떨어져
청정 공직 만들기 팔 걷어붙여
부패위험성 진단도 확대키로

 대구시청에 전화를 걸면 들리는 통화연결음(컬러링) 내용이다. 지난 5일 컬러링을 바꾸기 전에는 “대구광역시청입니다.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창조대구…”라는 말이 나왔다. 바뀐 컬러링에는 “청탁, 우린 그런 거 안 해요. 사양합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공무원은 금품·향응을 받지 않고 시민은 청탁을 하지 않는 등 ‘주지도 받지도 말자’라는 뜻이다.

 대구시가 청렴한 공직 풍토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시 공무원의 청렴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대구시 종합청렴도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평균인 7.22점(10점 만점)보다 낮은 7.20점으로 나타났다. 순위는 10위로 전년의 5위에서 크게 떨어졌다. 권익위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구시에서 민원업무를 처리한 시민 586명과 시민단체관계자·교수 412명, 시 공무원 203명 등 모두 1201명을 조사했다. 시는 2011년과 2013년에도 10위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청렴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설문 응답에는 ‘(공무원에게) 금품을 준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이 (공무원에게) 금품을 주었다고 하더라’는 내용도 있었다. 주로 시가 맡은 공사의 관리·감독 분야 얘기다. 시 간부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대구시는 시청 전화에 이어 공무원 개인 휴대전화의 컬러링도 같은 내용으로 바꾸기로 했다. 현재 국장(3급)까지인 부패위험성 진단 대상도 과장(4급)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민원업무를 본 시민에게 관계 공무원의 부당한 요구가 있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도 할 예정이다. 이경배 대구시 감사관은 “청렴한 도시를 만들려면 공무원뿐 아니라 시민의 협조도 필요하다”며 “도심 전광판 등을 이용해 청렴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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