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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찾는 돈 … 중국 채권시장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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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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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일본과 한국 주식시장이 출렁였다. 이날 닛케이225 지수는 전날보다 2.68% 떨어졌다. 한국 코스피는 0.85% 하락했다. 두 시장 모두 오전에 가파르게 추락했다. 전날 중국 주가 급락 파장이 미국 시장을 거쳐 전해진 탓이었다.

위안화값 떨어지는데도
중국 국채값 사상 최고치
미·일 등 선진 주가도 흔들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인 13일(현지시간) 364.81포인트(2.21%)나 빠졌다. 유럽 증시는 14일 1% 이상 하락한 채 출발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금융시장 불안이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으로 퍼지는 분위기였다.

 불안한 기운은 14일 홍콩 역외 외환시장에서도 감지됐다. 위안화 값이 오전 한때 달러당 6.613위안까지 떨어졌다. 인민은행이 달러를 풀어 진정시킨 역외 위안화 값 하락이 재개된 듯했다. 인민은행이 나서 재차 달러를 풀었지만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값 하락 흐름은 역전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인민은행이 자금 피난(Money Flight)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11일 인민은행이 시작한 투기세력 소탕과 자금 피난 봉쇄 작전이 사흘 효과로 끝났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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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은 당시 직접적인 관할권 밖인 홍콩 역외시장에 달러 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으로 위안화 값을 끌어올렸다. 역외시장 위안화 값이 본토(역내)인 상하이시장 위안화 값보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홍콩의 역외 외환시장은 중국 자금 피난의 양대 통로 가운데 하나다. 톰슨로이터는 “위안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자 상하이 증시에 투자된 자금이 빠져나와 역외 외환시장을 거쳐 홍콩 증시에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달러와 고정환율제(페그 시스템)로 묶여 있는 홍콩 달러 표시 주식과 채권을 사기 위해서다. 그 바람에 본토 펀드 등이 보유한 홍콩 주식이 최근 불어났다. 이날 위안화 값 하락 재개는 이런 자금 피난이 다시 시작됐다는 방증이다.

 인민은행이 홍콩 역외시장에 집중하는 사이 증시 자금은 또 다른 피난처인 중국 내 채권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 위안화 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는데도 중국 국채 값은 요즘 사상 최고치(금리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14일 현재 중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7% 수준으로 내려앉았다(국채 값 상등). 지난해 6월에만 해도 금리는 연 3.7% 수준이었다.

 블룸버그는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해당 국가의 국채 값도 떨어지는 게 시장의 일반적 흐름인데 요즘 중국에선 자금 피난 때문에 위안화 값 하락에도 국채 값은 강세”라고 전했다. 일본계 금융회사인 도쿄미쓰비스UFJ의 시장 분석가인 리류양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상하이 증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채권시장에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바람에 상하이 증시 주변엔 자금 경색 조짐이 나타났다. 이날 인민은행은 서둘러 1600억 위안(약 29조5000만원)을 풀었다. 인민은행이 돈을 푸는 새 상하이 증시 투자자는 자금을 홍콩과 자국 채권시장으로 피난시키고 있는 셈이다.

 채권시장 강세는 요즘 일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0.24% 수준이었다. 지난해 6월 0.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독일 국채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채 값이 오르고 있다(금리 하락).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주요 국채 금리가 오를 것이란 예상과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초부터 세계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사라졌다. 선진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쏠림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톰슨로이터는 “중국 시장 불안과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추락이 맞물리면서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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