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강남 성형외과 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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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로데오거리→2000년대 압구정역→2010년대 신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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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3호선 신사역 사거리가 새로운 성형외과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음식점과 의류·화장품 매장 위주였던 신사역 인근 거리의 모습은 이제 밤이면 성형외과, 미용 클리닉의 간판 불빛으로 가득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강남구 내 성형외과 수는 서울시 전체 성형외과 수의 75%에 해당하는 343개다. 대부분이 압구정역부터 시작해 을지병원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논현로, 신사역, 강남역 사이의 강남대로, 신사역부터 영동대교 남단 사거리까지를 잇는 도산대로에 위치해 있다.

 이 중 강남대로와 도산대로가 만나는 신사역 인근에 위치한 성형외과는 58곳이다. 아직 압구정역이나 강남역 인근의 성형외과 수보다는 적은 수지만 인근 부동산에는 매일 성형 관련 피부과, 클리닉 의원에 대한 문의가 들어온다. 지난해 강남구 보건소에 개업 신고를 한 성형외과는 33개로 그중 11개가 신사역 인근의 논현동·신사동 소재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사역 인근에는 비케이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몇몇 소형 성형외과가 있을 뿐 서울의 대표적인 성형외과 집결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신사역 사거리로 그랜드성형외과, 쥬얼리성형외과, 아이디성형외과 등 대형 성형외과들이 자리를 옮기면서 중소형 피부과 의원, 약국 등이 함께 이전해 왔고, 이 일대가 새로운 성형외과 거리로 탈바꿈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 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2010년대 이후 신사역 인근에 신흥 성형외과 상권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박 부센터장은 “사통팔달의 좋은 교통 조건을 갖춘 데다 그 배후엔 가로수길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로수길이 중국인 관광객의 관광 및 쇼핑의 명소가 되면서 내국인뿐 아니라 미용 성형을 원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몰린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성형 수술과 쇼핑을 한 번에 해결하고 싶어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있다”며 “성형수술을 위한 의료 시설과 숙박 시설을 모두 갖춘 대형 병원들이 신사동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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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에 처음 성형외과 거리가 형성된 건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엔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성형외과들이 모여 있었다. 해외 유학파 출신의 ‘오렌지족’이 모이던 곳이 로데오 거리였고, 그 오렌지족을 위한 성형외과들도 자연스럽게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로데오 거리는 교통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교통 좋은 곳을 찾아 성형외과들이 압구정역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압구정역부터 시작해 을지병원 사거리까지의 직선 구간인 논현로가 대표적인 성형외과 거리가 됐다. 압구정역 주변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2004~2005년까지만 해도 월 임대료 1000만원에 이르는 성형외과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하철2호선 강남역 인근에도 상당수의 성형외과들이 자리를 잡았다. 2000년대 중반 당시 강남역 성형외과는 수도권 지역의 대학으로 통학하는 대학생들과 테헤란로의 30~40대 직장인이 주 고객이었다고 한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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