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싱거운 승리 예상 … 4년 전보다 선거전 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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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코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는 열기가 이전 선거만 못한 게 사실이다.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 쪽으로 대세가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 언론의 취재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외교부에는 400여 명이 취재 등록을 했다. 황중옌(黃重諺) 민진당 신문부 주임은 “우리 당에만 해외 언론 70여 개사가 취재 신청을 했다”며 “4년 전 선거에 비해 배로 늘어난 숫자”라고 말했다. 대만 선거에 해외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민진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불러올 양안 관계 및 지역 정세의 변화 때문이다.

대만 총통선거 D-4
예영준 특파원 르포
차이 “TPP 가입, FTA 적극 추진”
“양안관계 변하나” 외신 2배 몰려

 차이 후보는 2012년 총통 선거에서 마잉주(馬英九) 총통에 득표율 6%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양안 관계 개선과 교류 활성화를 최대 공적으로 내세운 마 총통에 밀린 것이다. 하지만 4년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양안 관계는 정상회담이 성사될 정도로 좋아졌지만 국민당 지지율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나친 중국 접근에 따른 피로감 때문이다. 지난 8년간 교류 확대의 결과 대만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수출액의 40%, 해외 투자의 60%가 중국(홍콩 포함)을 향한다. “더 이상 의존도가 높아지면 결국 중국에 먹히고 만다”는 경계 의식이 퍼진 이유다.

 차이 후보는 집권 후의 양안관계에 대해 “현상 유지를 기본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과거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시절처럼 급진적인 대만 독립 추진으로 양안 관계를 긴장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는 양안 교류가 되돌릴 수 없는 추세가 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국민당 시기에 비해 양안 관계가 소원해지는 건 불가피하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파생된 ‘92 공식(콘센서스)’을 인정하는 게 양안관계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지만 차이 후보는 “모든 대만인의 컨센서스는 아니다”며 거리를 둔다. 마 총통이 추진하던 ‘서비스 무역 협정’은 다시 얘기를 꺼내기 어렵게 됐다.

 반면 미국과의 관계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민진당 국제부 관계자는 “양안 관계는 현상을 유지하면서 미국, 일본, 동남아 등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다변화 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예상되는 게 미·일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이다. 차이 후보는 8일 정견발표 방송에서 “TPP에도 가입하고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거전에서 열세인 국민당은 최근 차이 후보가 미국산 돼지고기 개방을 찬성하는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차이 후보의 친미 성향을 공격하고 있다. 코넬 대학 유학 경험이 있는 차이 후보는 지난해 미국 방문에 공을 들였다. 당시 미국은 대만 인사와는 정부 청사에서 만나지 않는 관례를 깨고 국무부 청사에서 접견하는 등 차이 후보를 환대했다.

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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