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버스토리] 기업 부침…경제는 생물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상장기업 1천호 자리를 놓고 증권거래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조적으로 국내 상장기업 1호를 기록한 조흥은행은 후발 은행인 신한지주에 매각돼 몇년 뒤 상장 폐지될 처지에 놓였다.

조흥은행은 이른바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로 불리는 선발 은행 중 맨 앞자리에 놓여 있던 은행이다. 주가도 최고 1만4천7백원(1994년 11월 7일)을 기록하는 등 선발 은행 가운데 상위권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기존 선발은행이 하나 둘 쓰러져 가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조흥은행은 오는 9일께 신한지주에 매각될 예정이다. 또 상업.한일은행은 우리은행으로 바뀌어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전락했고, 서울은행은 하나은행에 합병됐다.

또 제일은행은 뉴브리지캐피털에 인수돼 거래 정지됐고 과거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증시에 남아 있던 조흥은행마저 신한지주에 넘어가면서 머지않아 증시에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동원증권 배현기 산업금융팀장은 "3년 후 합병을 끝내면 조흥은행의 주식은 신한지주의 주식으로 전환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며 "존속법인은 조흥은행으로 하더라도 하나로 된 은행의 주식이 따로 거래될 수 없으므로 상장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의 성쇠(盛衰)는 우리나라 상장기업 부침의 역사다.

1일 현재 상장기업은 6백82개사로 방송사 SBS가 9백98호며 이날 처음 거래된 유엔젤이 9백99번째 상장사다. 상장 1천호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이들 신생 기업과 살아 남은 기업을 빼면 상장기업 셋 중 하나꼴인 3백17개사는 도산과 합병으로 사라졌다.

증권거래소가 56년 3월 개장했을 때 상장기업은 조흥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과 한국전력 등 12개사에 불과했다. 증시가 활기를 띤 것은 우리 경제가 고도로 성장한 70~90년대로 상장기업의 90%는 이때 주식을 일반에 공개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맞아 이 가운데 상당수 기업이 퇴출돼 사라졌다.

상장기업 1천호 기록은 조흥은행이 56년 3월 3일 상장된 지 47년 만에 세워질 전망이다. 강원랜드는 이달 중 상장심사를 청구하고 50일 이내 상장위원회의 심사에 통과해 8월 말이나 9월 초께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레저산업의 붐에 힘입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2조7천억원)에 올랐지만 보다 큰 주식 시장인 증권거래소로 옮길 예정이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