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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방사성물질 탐지 위해 특수정찰기 ‘스니퍼’ 띄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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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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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 발표의 신빙성을 정밀 조사하기 위해 현재 방사성물질 탐지 정찰기인 ‘스니퍼(sniffer·탐지기)’를 띄웠다고 CNN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 “오키나와서 발진 조사 중”
북 수폭 실험 했다면 헬륨 나와
“동해 상공 시료서 제논 미량 검출
핵실험 때문인지는 추가 분석 필요”

 CNN은 미군 관계자를 인용, “초기 분석 결과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지만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대기 중의 방사성물질을 채집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WC-135W(별명 불멸의 불사조) 제트기를 발진시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핵실험은 어떤 형태로든 대기 중에 방사성물질을 방출하게 된다”며 “공기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면 정확히 어떤 실험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일명 스니퍼로 불리는 WC-135W는 엔진이 4개이며, 종이 여과기로 미립자를 수집하는 공기순환기와 수집된 공기 표본 전체를 저장하는 압축기를 동체 내부에 달고 있다. 미 네브래스카주 오풋 공군기지의 45비행단에 소속한 이 비행기 중 2대는 해외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한반도 상공에 띄운 비행기는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가데나(嘉手納) 미군기지에서 발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스니퍼는 1947년 당시 미 육군 참모총장이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원수가 진행한 ‘불멸의 불사조(Constant Phoenix)’ 작전에서 유래됐다. 소련의 핵실험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선 기상 관측기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이젠하워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맹활약한 B-29 폭격기에서 폭격 시설을 떼내고 대기 관측에 필요한 장비를 장착해 WB-29s를 만들었다. WB-29s는 49년 9월 알래스카에서 일본으로 비행하다 핵실험에서만 나오는 방사성원소를 채집해 소련이 비밀리에 대기권 핵실험을 했음을 알아냈다. 이번에 투입된 스니퍼는 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2011년 3월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사고 때도 활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주장하는 ‘수소탄 실험’이 맞을 경우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헬륨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북한 핵실험 이후 동해 상공에서 채취한 공기 시료에서 방사성물질인 제논133이 미량 검출됐다고 8일 밝혔다. ㎥당 0.3mBq(밀리베크렐)로 육상에 설치된 고정식 제논 탐지장비에서 평상시 측정되는 0.5mBq보다는 적은 양이다. 제논133은 희귀 원소로 핵분열 과정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흔히 ‘핵실험 증거물’로 인식된다. 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이번에 검출된 제논이 북한 핵실험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강기헌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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