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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 두려운 북 “미 전략핵 폭격기 끌어들이나”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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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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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8일 정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데 대해 북한 김기남(사진) 노동당 비서가 “나라의 정세를 전쟁 접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관련해 북한이 내놓은 첫 반응이다.

김기남, 수소폭탄 자축 대회 연설
대북 확성기 못 듣게 대남 방송
북한군, 중부전선 병력 증강 배치
군, 대북 정보 감시‘인포콘’격상

 김 비서의 발언은 수소폭탄 실험과 관련해 이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평양시 군민연환(연합)대회’ 축하연설을 통해 나왔다. 이 자리엔 북한의 권력 엘리트층이 총출동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부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최태복 당 비서 ,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이영길 총참모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조연준 당 제1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이었다.

 김 비서는 연설에서 한·미가 “수소탄 실험 성공을 배 아프게 여기고 있다”며 “벌써부터 심리전 방송을 재개한다, 전략핵 폭격 비행대를 끌어들인다며 나라의 정세를 전쟁 접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존엄 높은 주체의 붉은 당기를 따라 휘황한 미래를 향해 총돌격, 총매진하는 영웅적 조선 인민의 전진을 멈춰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뿐 아니라 북한이 크게 두려워하는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와 F-22 랩터 전투기의 한반도 배치 논의에 대한 반응이다.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평양방송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또 지난달 실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실험 영상을 새로 공개했다. 지난해 5월 SLBM 사출 실험 영상보다 비행거리와 발사 각도 수준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전방의 긴장은 고조됐다. 북한군은 핵실험 직후 전방 지역 부대들에 대남 경계 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7~8일엔 중부전선 등에 병력을 증강 배치했다고 군 당국자가 전했다. 대북 라디오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북한이 8일 정오를 기해 전방 지역에 배치된 4개 군단에 ‘경계태세’에 돌입할 것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 군에 경계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전방 지역에 대북 정보 감시태세인 ‘인포콘’을 격상했다. 북한이 스피커를 동원해 방송을 하고 있지만 주민들에게 한국의 대북방송이 전달되지 않도록 방해하는 소극적 대응 수단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 전문가인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원장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실시한 수소폭탄 실험을 축제로 삼는 분위기”라며 “핵과 신무기 개발을 김정은의 치적으로 삼고, 자위력이 확보됐으니 경제활동을 강조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북한 입장 대변지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수소폭탄 실험이 “조선식(북한식) 경제부흥 본격화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32세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 개최는 자제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자신의 생일을 최대 명절로 삼고 중앙보고대회 등을 했다”며 “하지만 김정은은 집권 이후 생일과 관련한 행사를 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전수진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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