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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그의 마운드는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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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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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의 풍운아 임창용이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KBO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선수 생활을 중단할 위기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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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임창용(40)의 ‘뱀직구’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해외 원정도박 혐의 오승환 함께
KBO “복귀 시즌 50% 출장정지”
여론 촉각 구단들, 선뜻 안 나설듯
국내보다 해외서 재기 가능성 커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프로야구 투수 임창용에게 중징계가 내려졌다.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났던 오뚝이 같은 임창용의 야구인생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끝날 위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품위손상행위와 관련한 KBO 규약 151조 3항에 의거, 임창용이 KBO리그에 복귀할 경우 소속 구단이 시즌의 50%(72경기) 이상을 소화할 때까지 경기에 나설 수 없다”고 결정했다. 같은 혐의의 오승환(34)도 동일한 징계를 받았다. KBO는 지난 2009년 도박 혐의로 기소된 채태인(34·삼성)과 오상민(42·전 LG)에 대해서는 5경기 출전정지의 가벼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지난달 30일 검찰로부터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된 임창용은 다음날(31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팬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임창용은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마운드 위에 서고 싶다는 뜻이다.

 임창용의 야구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의 반복이었다. 1995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에 입단한 그는 3년차인 97년 14승8패 26세이브(평균자책점 2.33)의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이듬해 34세이브를 올리며 첫 구원왕에 올랐지만 시즌 뒤 삼성 양준혁(47·은퇴)과 트레이드됐다.

 삼성으로 이적 이후에도 그는 2000년까지 3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했다. 2001년 선발로 보직을 변경해 3년 간 44승을 거뒀다.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04년에는 다시 마무리로 전환해 구원왕(36세이브)에 올랐다.

 2005년 부상으로 고생한 임창용은 시즌이 끝난 뒤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2006년 1경기 등판에 그쳤고, 2007년에도 5승7패 평균자책점 4.90으로 부진했다. 전성기가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임창용은 오히려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마무리를 맡은 그는 시속 160km의 ‘뱀직구’를 앞세워 5년 간 128세이브(11승13패)를 올렸다. 2012시즌 도중 팔꿈치 부상이 재발해 방출됐지만 더 큰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해 임창용은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 재활과 마이너리그를 거쳐 빅리그도 경험했다.

 임창용은 도전을 결정할 때마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실력을 믿고 밀어 붙여 한단계 더 성장했다. 컵스에서 방출돼 2014년 삼성으로 복귀한 그는 31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통합 4연패에 기여했다. 한·일 프로야구 통산 300세이브의 대기록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33세이브로 구원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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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오승환. [중앙포토]

 임창용은 지난해 11월 삼성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영구제명’ 등의 극단적인 징계를 피하면서 어느 구단과도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게 됐다. 구위만 놓고 보면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여론과 징계 수위에 비춰볼 때 선뜻 임창용을 영입할 구단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KBO가 미국·일본 등 해외리그와 맺은 선수협정에는 출전정지 선수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어 해외 진출 기회는 남아있다.

 이날 함께 징계를 받은 오승환은 국내로 복귀할 경우에 징계가 발효된다. KBO는 같은 혐의의 삼성 윤성환(35)과 안지만(33)의 경우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아 이번 논의에서는 제외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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