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16강전 2국> ○·장웨이제 9단 ●·김동호 4단
3보(23~27)=바둑에는 선각의 금과옥조가 많다. 그 중에 ‘세력을 집으로 만들지 마라’거나 ‘상대 세력에 가까이 다가서지 마라’는 격언이 있는데 그렇다면 상변 백의 침투와 타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일까.
‘고전적 의미’의 전제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으나 현대바둑에선 또 다르다. 우칭위안(吳淸源)과 기타니 미노루(木谷實) 선생의 신포석 이후 급속하게 발전한 현대바둑에는 고전을 뒤집는 파격이 많다.
일본 프로바둑의 세대교체를 가장 명징하게 보여준 1983년 기성전 7번 승부(후지사와 슈코-조치훈)를 보면 국후 복기 때 후지사와의 세력에 바짝 다가선 조치훈의 행마를 두고 꾸짖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때의 심정을 조치훈은 이렇게 술회했다. “나는 그것을(후지사와의 세력을) 세력이 아닌 공격대상으로 보았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인데.
그 뒤로도 30년이 흘렀으니 반상의 파격은 얼마나 더 커졌을 것인가. 이제 상변 백의 침투와 타개는 언제든 등장할 수 있는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됐다. 문자 그대로 차 마시고 밥 먹는 것처럼 흔한 일이라는 얘기다.
사설이 길었다. 23으로는 ‘참고도’ 흑1로 날일자 씌우는 게 좌상쪽 흑의 세력을 살리는 행마라는 게 박영훈 9단의 견해. 백2로 붙여 나오는 정도인데 흑7까지, 이 그림은 좌상 쪽 흑 세력의 의지를 잘 계승하고 있다.
손종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