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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이 뛰는 235만 농민 대표 선거 … 하나같이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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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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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성희, 최덕규, 하규호, 박준식, 김순재, 김병원.

전국 235만 명의 농민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12일 치러진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다. 그러나 농협의 정책과 사업을 결정하는 이사회와 대의원회 의장을 맡는다. 또 연봉 7억원에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3명의 대표, 산하 31개 계열사 대표을 선임하는데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실상 농협의 최고 권력자다.

 이번 선거에는 모두 6명이 출마했다. 이성희(67·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최덕규(66·합천가야농협조합장), 하규호(58·김천 직지농협조합장), 박준식(76·관악농협조합장), 김순재(51·전 창원 동읍농협조합장), 김병원(63·전 나주 남평농협조합장) 등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오는 11일까지 선거공보, 농협중앙회 홈페이지 글과 동영상, 전화·전자우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34명 중 선거권이 있는 대의원 292명(중앙회장 1명 포함)이 투표로 뽑는 간선제다. 때문에 대의원을 직접 접촉하는 선거운동은 금품 등 부정선거 방지 차원에서 금지돼 있다.

 대체적 판세는 ‘3강’구도로 분석되고 있다. 이성희·최덕규·김병원 후보가 막상막하의 경쟁을 벌이고 있고 나머지 3명의 후보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보들을 지역별로 보면 영남권 3명(최덕규·하규호·김순재), 수도권 2명(이성희·박준식), 호남 1명(김병원)이다. 대의원은 영남 87명, 호남 62명, 경기 43명, 충청 55명, 서울 등 기타지역 44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한 대의원은 “자기 지역에서 중앙회장이 뽑히면 아무래도 다른 지역보다 지원을 더 받을 수 있어 그게 표심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대의원이 많은 영·호남과 수도권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라고 선거 분위기를 전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를 대상으로 2차 투표로 당선자를 가린다.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농협중앙회 개혁이다. 중앙회가 지역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금융·경제사업 분야에서 지역 회원조합과 경쟁관계에 있다보니 조합원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3강’ 후보들은 오랜 경험과 경륜을 앞세우고 있다. 조합장 3선과 중앙회 감사위원장 7년을 역임한 이성희 후보는 “중앙회장과 상임감사 직선제를 도입해 지역의 소중한 의견이 의결권 회복을 통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이사 3선과 조합장 7선의 최덕규 후보는 “중앙회가 회원조합 위에 군림하는 주인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조합을 섬기는 머슴이 되도록 바꾸겠다”고 말했다. 조합장 3선의 김병원 후보는 “농협의 기본은 회원조합이다. 각 회원조합이 세운 사업 계획이 잘 될 수 있도록 중앙회가 지원하는 체계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50대 젊은 후보인 하규호·김순재 후보는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이 경쟁하는 구도에서 상생하는 구도로 바꾸겠다”며 각자가 변화와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9선 조합장인 박준식 후보는 “지금처럼 중앙회와 회원조합이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농민들은 생산만 열심히 하고 유통과 판매는 중앙회가 맡는 식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후보들이 대의원을 직접 만나지 못하면서 후보의 자격과 능력을 검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조합장이 아닌 대의원만 투표를 하면서 대표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좋은농협만들기 전국운동본부 이호중(44) 사무국장은 “현행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선거운동 방식도 제한적이고 투표에 참가하는 인원도 적다 보니 정작 한국농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인데도 그 관심도가 낮다”며 “선거부터 회원조합의 의견이 후보들에게 전달되고 정책으로 만들어져 집행돼야 비로소 중앙회와 회원조합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광주광역시·청주=위성욱·김호·최종권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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