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흔 살 ‘태권 V’ 업그레이드 … 미사일 쏘고 날개도 달았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ㅣ 가볼 만한 수도권 만화 박물관

기사 이미지

2. 또치·희동이·도우너와 둘리.
3. 태권 V의 귀염둥이 친구 ‘깡통 로봇 철이’.
4. 태권 V 초창기 모습. 브이 센터 입구에 있다.

어린 시절 “공부 안 하고 만화만 볼래?”라며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독고탁』 『각시탈』 『로보트 태권V』 『똘이장군』 『도깨비 감투』까지 정말 많은 만화책에 빠져 살았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로보트 태권 V)’ ‘파란 해골 13호 납작코가 되었네(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등 어렸을 때 따라 불렀던 만화 주제가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올해는 국내 최초의 로봇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 V’가 태어난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수십 년 전 추억과 향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수도권 만화 박물관 네 곳을 찾아갔다. 아이들이 방학 중이어서 가족 방문객이 많았다.

태권 V의 비밀기지 - 브이 센터

기사 이미지

브이 센터에서 가장 큰 로보트 태권 V 모형은 크기가 13m에 이른다. 사진 오른쪽 아래의 해설사가 인형처럼 작게 보인다. 태권 V도 초창기(사진④) 때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옛날 기억을 더듬어 보자. 태권 V의 기지는 어디였을까. 눈을 감고 태권 V가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출동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어느 깊은 산 속 비밀 기지에서 돔 지붕이 열린다. 그리고 태권 V가 힘차게 솟구쳐 오른다. 이 돔 지붕 때문에 태권 V 기지가 여의도 국회의사당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유행했었다. ‘브이 센터’가 들어선 자리도 만화 속 비밀 기지와 비슷하다. 야트막한 산이 둘러싼 으슥한 곳에 브이 센터가 들어앉아 있다.

브이 센터는 태권 V 박물관이다. 그러나 옛날 자료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탓에 시나리오, 영화 포스터 등 자료는 강원도 춘천의 애니메이션 박물관에 더 많이 있다. 대신 브이 센터에는 각양각색의 태권 V 모형 수백 개가 전시되어 있다. 당시 제작 기술을 홀로그램, 모션 캡처 게임, 4D영화 등으로 재현해 놓았다.

가장 큰 태권 V 모형은 높이가 13m나 되는 ‘마스터 태권 V’이다. 태권 V가 실제로 눈앞에 서 있는 느낌이다. 브이 센터 남민우 과장이 “팔이 분리되어 있고 무릎 덮개도 벗겨져 있는 건 출동 준비에 앞서 정비 중인 모습을 재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이 센터 지붕이 일반 건물 지붕인 것은 아쉬웠다. 태권 V가 있는 곳이라면 만화처럼 지붕이 열려야 하지 않을까. 사실 마스터 태권 V도 첫 태권 V에 비하면 미니어처에 불과하다. 1976년 7월 24일 태권 V가 서울 대한극장에서 첫 상영했을 때 태권 V는 키가 56m나 됐고, 몸무게는 1400t이나 나갔다. 머리 모양이 미국 자유의 여신상처럼 생겼지만, 실은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투구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브이 센터 옥상에 높이 2m쯤 되는 태권 V 모형 100여 개가 전시되어 있는데, 낯선 모습의 몇몇이 눈에 띄었다. 기억 속 태권 V는 팔다리가 둥근 모양이었고, 돌려차기·찌르기 등 태권도 기술로만 적을 무찔렀다. 그런데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태권 V의 팔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보조 날개도 생겼단다.

그건 그렇고, 태권 V의 태권도 실력은 몇 단쯤 될까. “태권 V가 무슨 단수가 있느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태권 V는 4단이다. 실제로 2007년 2월 26일 국기원에서 태권 V에게 명예 4단증을 발급했다.

이용정보= 서울 강동구 올림픽대로 구리암사대교를 지나서 1㎞쯤 가면 오른쪽에 좁은 길이 하나 있다. 브이 센터 입구다. 오전 10시∼오후 6시 개장. 연중무휴. 입장료 어른 2만5000원, 어린이 2만원. tkvcenter.com,   ☎  070-4278-8470.

둘리의 배경속으로 - 둘리 뮤지엄

기사 이미지

둘리 뮤지엄 체험관에서 게임을 즐기는 어린이 관람객.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블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공통점을 아시는지. 두 작품 모두 서울 도봉구 쌍문동이 배경이다. 하지만 ‘응팔’은 배경만 쌍문동이고, 촬영은 경기도 의정부에서 진행한다. 둘리는 지금도 쌍문동에 가면 직접 만날 수 있다. 지난해 7월 둘리 뮤지엄이 개장했기 때문이다. ‘얼음 별 나라’가 고향인 둘리가 왜 하필 서울 외곽 쌍문동에 자리를 잡았을까.

“둘리를 만들어낸 김수정 작가의 고향은 경남 진주입니다. 가난한 작가였던 선생님이 상경했을 때 작업실을 구한 곳이 쌍문동이었어요. 그때는 집 앞에 우이천이 흘렀다고 합니다. 고스란히 둘리의 배경이 된 것이죠.” 둘리 뮤지엄 배수용 주임의 설명이다.

둘리 뮤지엄은 체험장과 도서관으로 나뉜다. 뮤지엄으로 이름 붙여진 체험장은 건물 자체가 『아기공룡 둘리』에 나왔던 배경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얼음별 대모험’ ‘고길동 아마존 표류기’ ‘둘리와 친구들의 저승행차’ ‘마법의 피라미드여행’ 등의 이름이 붙은 공간이 체험장이다. 체험장마다 해설사가 있어 스토리를 설명해주고 게임 방식으로 탐험을 한다.

도서관은 『아기공룡 둘리』 만화 뿐 아니라 『why 시리즈』 등 그림이 들어간 책이 모여 있다. 어린이 영화도 보여주고, 때로는 어들을 위한 추억의 명작도 상영한다.

이용정보= 오전 10시∼오후 6시 개장. 매주 월요일 휴관. 체험관 입장료 초등학생까지 7000원, 어른 5000원. 도서관은 무료. doolymuseum.or.kr,   ☎ 02-990-2200.

나도 감독님 - 애니메이션 박물관

기사 이미지

피들리팜 조형물이 전시된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2003년 강원도 춘천에서 문을 열었다. 전 세계 200여 채널에서 방송된 국산 애니메이션 ‘구름빵’의 주인공을 그려보고, 그림에 맞춰 대사를 넣어 자신만의 만화영화를 만들 수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의 이해가 애니메이션 박물관의 콘셉트다. 박물관 곳곳에 희귀한 옛날 영사기와 필름도 전시해 놓았다.

로보트 태권 V 관련 자료는 1층에 있다. 태권 V의 태권도 단증 원본 뿐아니라 시나리오·포스터도 있다. 시나리오 첫 장을 보면 태권 V의 원래 이름이 ‘마징거 태권 V’로 나온다. ‘아동 반공주의 사상을 고취하기 위한 계몽물’이라고 한문으로 적혀있어 ‘반공영화’로 심의를 통과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금이야 헛웃음이 나오겠지만, 그 시절에는 그랬다.

이외에도 『똘이장군』 『전자인간 337』 『태권 동자 마루치 아라치』 『황금철인』 『도깨비 감투』 등 7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만화영화 시나리오와 포스터, 만화책이 전시돼 있다. 40대 이상 중년이라면 만화영화 표지만 봐도 옛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날 터이다.

2층은 보고 즐기고 뛰노는 체험 공간이어서 아이들로 항상 북적인다. 입구에는 ‘톰과 제리’ ‘피터팬’ 등 해외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세계 애니메이션관이 있다. 미국 월트 디즈니사의 대표 캐릭터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구름빵’의 주인공 홍비와 홍시, 파파스머프·가가멜 등 스머프 인형을 모아 놓은 ‘캐릭터의 방’도 있다. 애니메이션을 녹음할 때 음향 효과도 직접 만들어보고, ‘구름빵’을 주제로 한 동작인식 게임도 할 수 있다.

이용정보= 오전 10시∼오후 6시 개장. 연중무휴.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4000원. 박물관 안에 3D영화관이 있는데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한다. 1인 2000원. animationmuseum.com,   ☎  033-245-6470

국내 최대의 만화방 - 한국 만화박물관

기사 이미지

부천 만화박물관은 추억의 만화를 보려고 어른도 많이 찾는다.

국내 최대의 만화박물관이다. 4층 건물이 만화책으로 가득하다. 이를테면 현존하는 국내 최초의 만화 단행본 『토끼와 원숭이』(1946년),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엄마 찾아 삼만리』(1958년), 최장 연재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1955∼2000), 말풍선을 처음 사용한 현대 만화 『코주부 삼국지』(1953) 등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만화책 전권이 다 있다.

『식객』 『타짜』 『각시탈』 『삼국지』 『아스팔트의 사나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등 시대를 풍미했던 국산 만화는 물론이고, 외국에서 발행된 만화도 있다. 인기 웹툰 ‘미생’은 컴퓨터 화면으로 볼 수 있다. 박물관이 보유한 만화책만 26만 권이 넘는다.

희귀하거나 오래된 만화 원본은 2층 만화도서관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손에 침을 발라가며 한 장 한 장 넘겨 보는 재미는 없지만, 어릴 적 받았던 감동은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3층은 시대별 한국 만화와 관련 역사물을 전시해 놓았다. 4층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체험관이다. 만화가처럼 만화를 그려보기도 하고, 만화가의 머릿속 모형에 들어가서 만화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용정보= 경기도 부천에 있다. 오전 10시∼오후 6시 개장. 월요일 휴관. 3층 기획전시실과 4층 만화체험관을 관람하려면 1인 5000원(어른·아이 공통)을 내야 한다. 2층 만화도서관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komacon.kr,  ☎ 032-310-3090.

글=이석희 기자 seri1997@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