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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룬 꿈 더 기뻐” 제주 고기구이집 부부 1억씩 쾌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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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대신포크 오영진 대표, 김순덕씨, 양정기씨 [사진=최충일 기자]

"정말 모르게 하려고 했는데…." 제주에서 돼지고기 구이 맛집으로 이름만 대면 아는 ‘돈사돈’ 안주인 김순덕(54·여)씨는 지난 5일 1억원을 쾌척하며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이름을 올렸다. 한발 앞서 지난해 5월 1억원을 내놔 먼저 회원이 된 남편 양정기(57)씨의 권유가 있었고, 부부가 함께 좋은 일을 하고 싶었던 오랜 꿈이 있어서였다. 제주에서 부부가 함께 아너소사이어티에 오른 것은 3번째다.

양씨는 제주, 김씨는 전남 나주 출신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두 사람은 1987년 제주도에서 처음 만났다. 목욕탕 청소라는 힘든 일을 하며 의지하듯 한 연애 끝에 1990년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삶은 여전히 녹록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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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양씨는 구상 끝에 부인의 손맛을 믿고 여덟 테이블짜리 작은 고깃집을 냈다. ‘돈과 사돈을 맺어보자’는 의지를 담아 ‘돈사돈’으로 간판을 걸었다. 성실함만은 자신 있었던 부부는 직접 고기를 굽고 김치찌개를 끓여 단골을 늘렸다. “다행히 고깃집이 정말 잘됐어요. 아너소사이어티라는 좋은 제도가 있다는 것도 단골손님께서 알려 주셨죠.”

장사는 탄탄대로였다. 비결은 당연히 맛이었다.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두꺼운 돼지고기 구이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양씨는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직접 구워주는 정성을 보였다. 오랜 경험에 따른 굽기 기술이 없으면 고기를 태워버리거나 덜익혀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어려워서다. 고기를 먹은 후 느끼한 속을 달래줄 김치찌개도 대인기. 양씨의 고기 굽는 솜씨와 김씨의 전라도 손맛은 그렇게 전국으로 알려졌다.

매일 오픈하기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섰다. 오르는 매출에 가게 확장은 물론 지난해 본점을 확장해 주변에 새로 냈다. 부부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직원으로 채용해 돈사돈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상호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조건은 오직 ‘성실성’ 뿐 이었다. 이렇게 전국에 25개의 ‘제주 돈사돈’ 제자들이 생겼다.

부부는 인복이 많다고 자랑했다. ""여유가 생기면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꿈을 함께 이뤄 기쁘다"며 활짝 웃은 양씨 부부는 "아너소사이어티를 알려준 SKC 최신원 회장님 등 손님들은 물론 좋은 고기를 납품해주는 대신포크 오영진 대표, 전국의 제자들, 알리지 않아도 알아서 홍보해주는 언론사들까지 모두 사랑한다"고 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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