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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실종, 10년 1등 자 만심 …‘콩나 물시루’ 된 인천공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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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을 앞둔 여행객들이 5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3일 오전부터 발생한 수하물 처리 지연 사태는 4일 오후에야 해결됐다. [신인섭 기자]

지난 3일 오전 발생해 4일까지 이어졌던 인천국제공항 수하물 대란이 일단 수습됐다.

박완수 사장 총선 출마 위해 사퇴
전임자는 강원지사 선거로 그만둬
시설 확장 위해 투자할 적기 놓쳐
2년 전에 수용능력 4400만 넘어서
2018년 제2터미널 완공돼야 숨통

 인천공항공사는 5일 “개항 이래 사상 최대인 17만 명의 승객이 몰린 3일 수하물 처리시설에 과부하가 걸려 비행기 159편이 늦게 출발했고, 승객들의 짐 5200개를 비행기에 실어 보내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4일 오후 6시 SQ016편을 끝으로 처리하지 못한 수하물을 모두 해결했다”며 “사상 최대 여객에 대비해 인천공항의 운영 인력을 사전에 충분히 배치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덧붙였다.

 항공 전문가들은 이번 수하물 대란은 예견된 일이었고, 재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의 이용객이 이미 2014년에 수용 능력(연간 4400만 명)을 넘어섰는데 시설 확장을 하지 않았다. 시설 개·보수의 적기를 놓쳤다는 얘기다. 이번에 문제가 된 수하물 처리시설도 늘어나는 승객에 맞춰 처리 용량을 늘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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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 당시의 수하물 유입 수량이 시간당 7500개로 설계 처리 용량(여행용 가방 기준 시간당 최대 1만2600개)을 넘어선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설계 처리 용량은 이론상의 수치일 뿐 실제 현장에서는 소화할 수 있는 적정량을 한참 초과한 것으로 본다.

 인천공항은 현재 제2여객터미널과 항공기가 머무는 계류장·교통시설 등의 공항 인프라를 확장하는 3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 전인 2017년 12월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고 사업이 완료되면 연간 6200만 명의 여객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올해와 내년에는 ‘콩나물 공항’에 대한 대책이 없는 셈이다.

또 3단계가 완료돼도 1억 명 이상을 수용하는 공항을 속속 만들고 있는 경쟁 국가에 비해 규모 면에서부터 밀리게 된다. 현재 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이 1억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항 확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인천공항이 수세에 몰린 건 구체적 비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인천공항공사를 2009년까지 민영화하고 주식시장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으로 공항 시설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정부가 4대 강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매각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민영화 계획은 미뤄졌다.

 리더십 실종도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꼽힌다.

인천공항은 현재 ‘사장 직무 대행’ 체제다. 박완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임기 1년10개월을 앞두고 4·13 총선에 나서기 위해 사장직을 내놨다. 박 사장은 두 차례 창원시장을 지낸 지방공무원 출신으로 이전에 공항업무를 한 적이 없다.

박 사장 취임 전에도 인천공항은 7개월간 사장이 없었다. 박 사장의 전임인 정창수 사장도 취임 8개월 만인 2014년 2월 강원지사 선거에 나간다며 사퇴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중 면세점·은행·식음료 매장 등 공항 시설에 대한 입찰이 최대 9개월간 지연되기도 했다.

2005년 이후 세계공항서비스(ASQ) 평가에서 연속으로 1위를 하면서 자만에 빠진 것도 투자를 소홀히 했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인천공항의 경쟁력 악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공항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환승률이 2013년 18.7%에서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15.2%까지 떨어졌다. 인천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당장 올해 5500만 명, 내년에는 6000만 명 이상이 공항을 이용해 공항은 더 붐빌 텐데 사실상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고 말했다.

글=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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