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색을 밝히나 … 삼성·LG TV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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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서 맞붙을 글로벌 강자 삼성과 LG의 대진표가 짜였다. 두 회사는 TV·스마트홈·가전 분야에서 다양한 혁신 제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정보기술(IT)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한 ‘빅매치’를 벌인다.

CES 2016 올해는 올림픽·유럽축구선수권 대목 “밝은 곳 더 밝게, 어두운 곳 더 어둡게”? IoT 활용 스마트홈 분야도 공들여

 가장 치열한 경쟁 분야는 CES의 전통적인 하이라이트인 TV다. 그간 TV의 화질 경쟁은 화소(픽셀) 수 위주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HDR과 WCG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HDR은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해 선명도를 높이는 개념이며 WCG는 자연색에 가까운 색 재현력을 구현하는 것을 뜻한다. 이미 고화질TV가 대중화한 만큼 이젠 픽셀의 ‘양’보다는 소비자가 느끼는 ‘질’을 따지는 쪽으로 경쟁 양상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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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전자가 ‘CES 2016’ 자사 부스 입구에 만든 TV 전시공간. 삼성은 총 44대의 SUHD TV가 움직이며 관람객을 맞는다. [사진 각 회사]

 삼성전자는 4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간담회를 열고 HDR·WCG를 크게 높인 2세대 ‘퀀텀닷 TV’ 라인업을 공개했다. 퀀텀닷 TV는 전압·빛을 가하면 각각 다른 색을 내는 반도체 결정을 이용한 TV로 색순도와 광(光)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TV와 생산 방식이 비슷해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하다.

김현석 삼성전자 VD사업부 사장은 “올해 출시하는 전 세계 TV 중 가장 화질이 좋다고 자부한다”며 “360도 어느 방향에서나 심미적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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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전자가 ‘CES 2016’ 자사 부스 입구에 만든 TV 전시공간. LG전자는 ‘밤하늘의 별’을 주제로 OLED TV를 배치했다. [사진 각 회사]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로 맞불을 놓는다. 제품의 대중화를 위해 다른 프리미엄 TV와의 가격 차를 줄이고, 다양한 모델을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OLED TV는 LCD TV와 달리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더 밝고 풍성한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특히 검은색 화면과 TV 전원을 끈 것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블랙’을 표현하는 것이 장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와 함께 세계 최초로 휴지처럼 말 수 있는 18인치 롤러블 OLED, 종이처럼 얇은 페이퍼신 OLED TV 도 선보인다.

 두 회사가 TV에 힘을 쏟는 까닭은 올해 올림픽과 유럽축구선수권이 열리는 대목을 맞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다.

김현석 사장은 “전 세계에 22억 대의 TV가 깔려 있고, 1년에 2억2000만 대 정도가 교체된다”며 “경쟁이 심화됐다고 하지만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승부처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홈’이다. 다양한 기기를 하나로 묶어 관리한다는 점에서 양사 전략은 비슷하다. 그러나 삼성은 세계 판매 1위인 TV를, LG는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인 가전을 중심으로 역량을 모으고 있다.

 삼성은 2016년형 스마트TV 전 라인업에 스마트홈 허브를 장착한다.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IoT 기능이 탑재된 디지털 도어록·오디오·조명 등을 제어할 수 있다. LG전자는 ‘스마트싱큐 허브’를 내놓는다. 기존에 쓰던 일반 가전제품을 스마트 가전으로 바꿔주는 스마트싱큐 센서와 연동한다. 예컨대 스마트싱큐를 부착한 세탁기의 빨래가 완료되면 스마트싱큐 허브가 화면·음성을 통해 이를 알려주는 식이다.

 스마트홈은 TV·냉장고·세탁기 등의 기기가 각종 데이터를 서로 송수신한다. 하지만 기술 방식이 다른 제품끼리는 송수신이 어렵다. 현재 시장을 압도하는 기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분야를 선점한다면 세계시장의 기술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두 회사가 스마트홈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활가전 분야에서도 삼성과 LG의 대결이 다양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삼성의 ‘플렉스 듀오 오븐 레인지’는 스마트폰으로 오븐의 전원·온도·시간 같은 상태를 확인하고 조작할 수 있다. LG의 ‘초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 냉장고는 수납공간인 매직스페이스를 투명하게 제작해 문을 열지 않고도 냉장고 속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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