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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파일] 30여 년 전 그 포르노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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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때는 미국 뉴욕의 한복판 타임스퀘어에 지금과 달리 섹스숍이 번성하던 1972년. 이곳에 내걸린 '목구멍 깊숙이(Deep Throat)'라는 영화는 상상도 못할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인 중산층 여성의 성감대가 목구멍에 있다는 희한한 설정을 빌려 전례없이 노골적인 성묘사를 담은 포르노물이었다. 포르노로는 미국 사상 처음 정규 극장에 개봉한 이 영화는 성적 해방을 갈구하던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사회 각층의 저명 인사를 포함한 관객들을 불러들였다. 이후 미국 각 지역에서 여러 해에 걸쳐 상영되면서 올린 수입이 무려 6억 달러. 단돈 2만5000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저예산 영화로는 기록적인 흥행이었다.

사회적 파장도 그에 못지 않았다. 상영을 규제하려는 움직임과 이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는 충돌이 곳곳에서 빚어졌다.

이후 30여 년 뒤에 만들어진 '인사이드 딥 스로트'(12일 서울 CQN명동 개봉)는 영화 '목구멍 깊숙이'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파장을 꼼꼼하게 짚는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다. 제작자.감독.배우 등 관련 인물들의 폭넓은 인터뷰와 당시 극장 안팎의 관련 화면을 적절하게 인용하면서 시대적 분위기를 균형감각 있게 재구성했다.

이 다큐가 보여주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포르노의 위상변화다. 저예산으로 불과 엿새 만에 만들어진 '목구멍 깊숙이'자체가 불후의 명작일 리는 없지만, 당시의 새로운 시대정신은 이를 기성의 가치관에 대한 적극적인 반항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대중의 반응에 포르노 제작에 종사하던 이들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손잡고 주류시장으로 진출하는 미래를 꿈꿨을 정도다.

이 영화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맹렬했다. FBI까지 수사에 나섰고, 막대한 이권이 된 이 영화의 배급에 폭력조직이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저항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나왔다. 주연 여배우였던 린다 러브레이스(사진)는 나중에 페미니스트들과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린다는 이런 행보를 다시 번복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녀는 짧은 유명세를 빼면 유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삶을 살았다. 무엇보다도, 이후 쏟아지듯 생산된 포르노물은 결코 주류영화의 대체물이 되지 못했다.

이 다큐는 성적 표현이 사회적 저항의 의미가 될 수도, 그저 저급한 장삿속일 수도, 그럼에도 여전히 표현의 자유와 검열의 문제를 논하는 중요한 지점일 수도 있다는 다면성을 고루 비춘다. 사실 인터넷의 클릭 한번으로 각종 음란물을 접할 수 있게 된 요즘의 관객에게 그런 행위에 혁명적 함의를 투사했던 70년대의 시각이 오히려 생소할 수도 있다.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꿨다고는 감히 말하기 힘들지만, 이 다큐는 그 한 편을 통해 극적으로 표출된 사회문화적 풍경을 담는 데 충실하다. 18세 이상 관람가.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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